검찰과 경찰 등 형사사법기관에서 법 집행을 하는 남성 공무원 5명 중 1명은 남녀평등의식이 일반인의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이들도 많아 관련 공무원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열린 ‘형사사법분야 법집행공무원의 성인지 조사 및 젠더폭력 관련 판례분석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및 심층 면접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젠더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접점이 가장 큰 경찰공무원과 검찰수사관(검사 및 수사관) 4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 면접조사로 진행했다. 재판관의 성인지 실태는 판례분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남성이 여성을 보호의 존재로만 인식하거나, 여성의 세심함을 남성의 대담함과 비추어 강조하는 ‘온정적 성차별의식’은 일반인에 비해 높은 사람이 많았다. 경찰 집단의 경우 52.56%, 검찰 집단은 39.52%가 온정적 성차별의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폭력 및 스토킹·성매매·성폭력·성희롱 등 4대 폭력에 대한 통념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기혼일수록 높았다. 통념에 기반한 과잉수사, 합의종용 등 ‘2차피해 수사 행동’의 경우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소집단별 차별화된 교육 ▲경찰 및 검찰의 2차피해 수사행동 예방을 위한 특화된 교육 ▲성인지 감수성의 정례적 실태조사 ▲형사사법 절차내 피고인 측 변호인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 제고 ▲피해자 및 피해자 변호인 지위 강화 ▲피해자와의 무리한 합의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형사사법기관 공무원의 성평등의식이 과거에 비해 상승했으나 의식이 낮은 구성원이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성평등 교육이 젠더기반 폭력 수사, 재판 관련 교육의 기반이 되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