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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사태 김익래 전 회장·키움증권 ‘책임론’ 비등

입력 | 2023-05-13 17:37:00

檢, 김 전 회장 조사 방침… 사법 리스크에 재무 위험까지 겹겹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5월 4일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방금 영웅문 삭제해버림” “영웅문 대신 뭐가 좋은지 추천 좀”.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키움증권 불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웅문’은 키움증권이 만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키움증권 대신 다른 증권사에서 주식을 거래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국면에서 키움증권 오너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리스크가 터져 나온 데다, 키움증권이 주가조작에 이용된 금융상품을 불완전판매 했다는 이중 논란이 일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키움증권은 1분기 최대 실적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등 돌리는 개인투자자

키움증권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5월 4일 전격 사퇴한 김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다. 김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가 폭락 직전인 4월 20일 605억 원 상당의 다우데이터 주식을 처분했거나, 증여세를 낮출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해 주가 폭락 사태를 촉발했다는 게 골자다. 둘째는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H투자컨설팅업체가 투자자 명의로 SG증권에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할 때 중개 금융기관인 키움증권이 계좌주에게 ‘위험성 투자설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현재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가 키움증권 등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의혹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는 건 주가조작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다. 5월 9일 검찰에 체포된 라 대표는 전날인 8일 자신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평산을 통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김 전 회장이 매각한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에 대한 거래 내역을 확인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앞서 라 대표는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라 대표는 김 전 회장이 증여세를 낮추려 외국계 헤지펀드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주식을 팔았고 이후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김 전 회장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무차입 공매도’ 설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잔고를 증명하며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폭락 직전 대량 매도 경위 수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 [키움증권 제공]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키움증권은 대형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키움증권이 CFD 관련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 키움증권 임직원이 주가 폭락 전 미공개 정보를 확보했는지, 김 전 회장의 블록딜 과정에 불법은 없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5월 10일에는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이 김 전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 대표 등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주가 폭락 직전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 수익을 낸 경위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후 절차에 따라 필요하다면 소환 조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키움증권의 법적 책임이나 김 전 회장의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키움증권을 비롯해 다우키움그룹 전체에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증여세 납부 목적”이라던 김 전 회장의 주식 매각 규모가 증여세 소요 금액인 100억 원보다 6배가량 컸던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명이 없는 상태다.

키움증권 재무 상태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CFD 계좌 잔액 규모(5576억 원)는 교보증권(618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CFD 계좌 잔액이 많다는 건 주가 폭락 사태 후폭풍으로 미수채권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키움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신청을 보류하는 등 연내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1분기 연결 순이익 2915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그 성과가 무색해진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10일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13만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임 연구원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업종 전반에 CFD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며 “키움증권은 리테일(개인투자자) 점유율 30%로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다른 증권사보다 손실 규모가 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날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키움증권은 미수채권 발생과 일부 충당금 전입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3만7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내렸다.



“금감원 조사 결과 지켜보겠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블록딜이 주가 폭락의 기폭제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5월 7일 한 영상을 통해 “4월 20일 김 전 회장 블록딜이 주가 폭락의 트리거(trigger)라면 4월 21일 다우데이타 주가가 초기에 9% 떨어졌다가 6% 상승으로 마감된 게 설명이 안 된다”며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난 4월 24일 개장 직후에도 다우데이타 주가는 오름세로 출발했는데, 통상 반대매매는 시초가에 쏟아진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간대별 다우데이타 주가 차트에 따르면 24일 장이 열린 지 20~30분 지난 시점부터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개장 초 4만 원대이던 주가는 9시 24분쯤 3만500원으로 급락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 대해 “일단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김 전 회장 관련) 라 대표 입에서 나온 말들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데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피해 투자자들이 제기하고자 하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서 키움증권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CFD 계좌를 개설할 때 2020년 변경된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유권해석)을 따랐다면 불완전판매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차적으로 피해 책임은 H투자컨설팅업체에 자신의 개인정보와 휴대전화 등을 넘긴 투자자 자신에게 있고, 또 이들이 수익을 얻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피해가 발생하자 키움증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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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9호에 실렸습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