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전(無偵·WZ)-8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전 배치한 최신예 초음속 스텔스 무인기(드론)다. 중국군이 보유한 드론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비밀 병기’다. WZ-8의 실체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공군 일병 잭 테세이라가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채팅방에 유출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정보 때문에 드러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월 18일 테세이라 일병이 빼낸 정보 가운데 국가지리정보국(NGA)의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문건에 담긴 WZ-8의 위성사진과 함께 한국, 대만을 정찰하고 복귀하는 예상 비행경로 등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정찰 드론 WZ-8
2019년 건군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중국군 초음속 스텔스 정찰 드론 WZ-8. [CCTV]
WZ-8은 2019년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고, 2021년 9월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주하이 에어쇼에도 전시됐다. WZ-8은 중국의 드론 기술을 집약한 첨단 모델로,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군사요충지인 괌까지 정찰할 수 있다. 높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로켓 추진 방식을 채택했으며, 지구 상공 40㎞에서 마하 4.5 속도로 비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둥펑(東風·DF)-17 미사일뿐 아니라, 대함탄도미사일 DF-26D를 비롯한 다양한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항공모함 같은 이동 표적 공격에 필수적인 표적 정보를 실시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DF-17은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를 탑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미사일이기에 미 해군 항공모함을 포함한 한국과 일본의 핵심 군사자산을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 기밀문서에 적시된 중국군 초음속 스텔스 드론 WZ-8의 정찰비행 경로. 트위터
고고도 장거리 드론 WZ-7, 일본 열도 인근 비행
2021년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 공개된 중국군 고고도 장거리 정찰 드론 WZ-7. CCTV
중국군은 또 고고도 장거리 드론 WZ-7을 일본 열도 인근까지 투입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WZ-7은 일본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 사이 상공을 비행하는 등 동중국해 일대에서 정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판 글로벌 호크’로 불리는 WZ-7의 비행고도는 2만m에 달해 지대공미사일로 요격이 어렵고, 10여 시간 비행할 수 있다. 길이 14.33m, 날개 너비 24.86m, 높이 5.41m로 미국의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보다 작지만 순항속도가 시속 750㎞, 작전 반경이 2400㎞에 달한다. WZ-7은 정보 수집과 전파 교란 기능을 갖췄다. 적의 레이더 혹은 전파시스템이 발견되면 전파 교란 기능을 작동시켜 적의 정보 능력을 약화한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 선임 연구원은 “중국군이 드론으로 일본 열도 인근까지 정찰하는 것은 체계적인 장거리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중국군이 앞으로 본격적인 드론 전쟁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격용 드론 대거 실전 배치
2021년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서 공개된 중국군 초음속 고고도 스텔스 공격용 드론 GJ-11. 위키피디아
중국군은 공격형 드론도 대거 개발해 실전 배치하고 있다. 중국군이 보유한 공격용 드론 가운데 최신예 기종은 초음속 고고도 스텔스 드론인 공지(攻?·GJ)-11이다. ‘리젠’(利劍: 날카로운 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GJ-11은 날개가 14m나 되고 2t에 달하는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특히 GJ-11은 레이더에 쉽게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갖췄다. 중국 국영 CCTV는 중국군이 GJ-11과 젠(殲·J)-20 스텔스 전투기가 함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윙맨(wingman)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해 J-20 전투기와 GJ-11로 추정되는 드론이 함께 비행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CCTV는 J-20 조종사 2명 중 뒷자리에 앉은 조종사가 드론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미래戰 승패는 드론이 좌우”
중국군 최초 태양열 정찰 드론 치밍싱-50. China Daily
중국의 드론 제작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란,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10여 개국에 정찰 및 공격용 드론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민간용 드론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중국 DJI(大疆創新)는 세계 최대 민간용 드론 제조업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DJI를 비롯해 중국의 26개 드론 제조업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1200만 달러(약 160억 원) 규모의 각종 드론과 부품을 수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을 추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드론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9월 태양열 정찰 드론 치밍싱(?明星)-50을 개발한 것도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날개 길이가 50m에 달하는 이 무인 정찰 드론은 최대 비행 가능 고도가 20㎞나 된다. 중국은 미국 헬리오스와 영국 제퍼에 이어 태양열 드론을 보유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중국은 또한 사람이 직접 운용하지 않고 인공지능(AI)에 의해 스스로 지정한 목표를 타격하는 첨단 드론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무기라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따라 “미래전 승패는 드론으로 좌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드론 전력 강화 전략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