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사옥.
국내 1위 부동산투자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신사업추진단장인 조갑주 전 대표의 가족이 투자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이 복수의 부동산 컨설팅회사를 보유하면서 이들이 지배하는 시행사 등을 통해 이지스자산운용이 참여하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이스턴투자개발과 태영건설, 우미건설, 교보자산신탁 등과 함께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디오션259PFV’가 2021년 5월 강원 강릉문화올림픽종합특구 녹색 비즈니스·해양휴양지구 내 ‘JJ 강릉호텔앤리조트’ 특구개발사업 시행사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의 시행총괄(PM)을 맡은 이스턴투자개발은 디오션259PFV에서 지급수수료 등으로 지난해 46억8000만 원, 2021년 25억8000만 원을 챙겼다.
이스턴투자개발은 오션259PFV을 포함해 이지스자산운용이 함께 참여하는 개발사업인 을지로75PFV, 을지로955PFV, 해운대626PFV 등에서도 PM을 맡아 지난해에만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스턴투자개발이 지난해 각종 개발사업에서 거둬들인 운용수입은 196억5000만 원이었다.
구분
지분율
스카이밸류
51.4
우미글로벌
20.4
케이씨인베스트
13.2
하종진 이스턴투자개발 대표
12.5
2022년 말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이스턴투자개발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51.4%를 보유한 스카이밸류다. 문제는 스카이밸류가 조 전 대표의 부인이 지분 42.0%를 보유한 회사라는 점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인 김대영 전 의장의 부인 손화자 씨도 스카이밸류 지분 29.0%를 갖고 있다. 마스턴(구 케이지파트너스)도 지분 29.0%를 가지고 있는데 마스턴 지분 100% 보유한 구모 씨는 국내 2위 부동산투자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 김대형 대표의 부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밸류는 부동산투자운용사 대표 부인들이 지배하는 ‘사모님’ 회사로 알려져 있다”라며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을 등에 업고 노른자 개발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논란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지스자산운용은 “우량한 부동산을 확보해야 하는 운용사 입장에서 토지매입부터 인허가까지 역할을 수행해줄 믿을만한 시행사가 필요하다”며 “시행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는 해외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와 달리 국내에선 금산분리 규제로 수직계열화를 할 수 없어 일부 특수관계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 전 대표의 특수관계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이스턴투자개발에 금전적 혜택을 주거나 신용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스카이밸류 주요 주주 현황 (단위: %)
구분
지분율
이모 씨(조갑주 전 이지스자산운용 대표 부인)
42.0
손화자(故 김대영 이지스자산운용 창업자 부인)
29.0
마스턴(구 케이지파트너스)
29.0
2022년 말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문제의 ‘스카이밸류’는 이스턴투자개발을 비롯해 부동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밸류가 지분 90.91%를 보유한 사무수탁사 스카이펀드서비스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 사무관리 잔고를 이관받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아이타스 등에 펀드 사무관리 서비스를 맡겨왔던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부터는 스카이펀드서비스에 해당 업무를 이관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 전문 펀드 사무수탁사가 시장에 없었기 때문에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출자해 스카이펀드서비스를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수시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1월 말부터 2월까지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했지만 조 전 대표와 관련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자 석 달 만에 추가 검사에 나서는 것이다. 금감원은 조 전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에 나선 것인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