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에 활용 화성선 9일만에 데이터 전송 가능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구상하고 있는 우주 레이저 광통신 시스템의 상상도. NASA 제공
달 표면 알갱이 하나하나를 4K 초고화질(UHD)로 실시간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 올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를 현실화할 우주 레이저 광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주도로 한국도 참여하고 있는 유인 달 탐사계획 ‘아르테미스’에 활용된다. 2025년 인류가 다시 한 번 달을 밟는 모습을 생생히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NASA에 따르면 NASA는 ‘오리온 아르테미스II 광통신시스템(O2O)’을 개발하고 있다. 오리온은 달 탐사에 쓰일 유인 우주선이다. NASA는 레이저 광통신 시스템을 오리온에 탑재해 아르테미스 임무 전반을 생중계한다는 구상이다.
● 우주통신, 무선전파에서 레이저 광통신으로 진화
현재 우주통신은 무선 전파를 이용한다.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전파를 쏘고 이를 지상 기지국의 안테나가 송신하는 식이다. 전파는 향하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그 밀도가 줄어든다. 거리가 멀어지면 전파 세기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심우주 탐사 때는 사용이 힘든 통신법이다. 또 전 세계에서 우주 개발 붐이 일면서 우주를 떠도는 위성이 늘고 있다. 남아있는 주파수 대역 소실로 통신 장애도 예상된다.
우주 레이저 광통신은 레이저로 지상과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등 우주 물체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초고속 통신이다. 기존 통신 방식보다 이론적으로 100배 빠르다. 화성에서 지도 데이터를 보내는 데 전파로 9주 걸린다면 레이저로는 9일이면 전송을 마칠 수 있다.
임명신 서울대 천문우주연구센터장은 “레이저는 기존 통신보다 많은 신호와 정보를 동시에 보낼 수 있다”며 “진동수가 높아 거기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선이나 위성의 통신장비 크기와 무게를 줄여 더 많은 과학 장비를 탑재하거나 동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레이저 광통신은 전파 통신 대비 좁은 빔 폭을 사용해 간섭을 최소화하고 통신링크를 가로챌 수 있는 영역을 감소시켜 보안성도 높다.
● 달에서 지구로 초당 260Gb 데이터 전송… 대기 영향 최소화가 숙제
NASA는 최근 연달아 우주 레이저 광통신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1년 12월 지구 궤도 및 심우주 임무에 레이저 통신 기술을 시연했다. LCRD란 시스템을 쏘아 올려 고도 3만6000km 정지궤도에서 우주 레이저 통신 기술을 검증했다. 지난해엔 ‘TBIRD’란 시스템을 큐브위성에 탑재해 쏘아올렸다. TBIRD는 레이저 통신기술로 1.4TB(테라바이트·terabyte) 다운로드에 성공했다.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우주 레이저 광통신 실현을 위해 대기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 레이저는 대기에 산란이 된다. 가령 구름이 있는 경우 레이저가 여기에 영향을 받아 데이터 오류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NASA 계획대로면 우주 레이저 광통신은 2024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궤도 비행계획인 ‘아르테미스II’에서 먼저 시연된다. 시연을 거친 후 최종 유인 달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III’에 쓰일 예정이다. 아르테미스II는 초당 최대 260Mb(메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시험을 한다. 전 세계 인터넷 평균 속도는 초당 5∼7Mb, 한국도 초당 25Mb 수준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II는 유인 우주선과 지구 간 우주 레이저 광통신을 시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