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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자 가계대출 ‘꿈틀’… 은행 신규대출 69% 증가

입력 | 2023-05-15 03:00:00

은행금리 올들어 1%P 가량 하락
3, 4월 신용대출도 1년새 30% 늘어
“긴축 끝나간다” 분위기 확산 한몫
한은 “경기침체 가능성 커질 우려”




최근 들어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긴축의 고삐를 늦추면서도 “금리 인하 논의는 이르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긴축 종료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5조1519억 원의 가계대출을 새로 내줬다. 지난해 5월에는 한 달 동안 9조6622억 원을 빌려줬는데 올해는 약 열흘 만에 그 절반 이상(53.3%)의 대출 실적을 냈다. 대출별로는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3조4677억 원, 신용대출 1조6842억 원이 4대 은행에서 새로 나갔다.

이 같은 추세는 올 들어 계속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은 3월에만 18조4028억 원의 신규 가계대출을 실행했다. 1년 전(9조9172억 원)에 비해 85.6%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15조3717억 원) 역시 1년 사이 69.5% 증가했다. 이 중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3월에는 92.9% 늘었고 4월에는 75.6% 뛰었다. 3, 4월 신용대출 역시 1년 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하락세를 보인 가계대출이 올 들어 반등하고 있는 것은 시중금리가 긴축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12일 기준 연 3.68∼5.48%로, 지난해 말(4.62∼6.875%)과 비교해 하단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65∼6.15% 수준으로 하단이 4%대로 내려왔다.

이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이 기간 크게 떨어진 영향이 크다. 또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적극 인하해왔다. 최근 글로벌 은행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중단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금리 하락 추세가 더 뚜렷해졌다.

가계대출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1%까지 오른 것에 대해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을 높이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서면 성장세가 둔화되고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권도근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가계신용 비율이 80%에 근접하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