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뢰 상실-CFD 위험성 경종 신용거래융자 2조 가까이 줄고 투자자 예탁금 3조 넘게 빠져나가 관련 종목-증권사 시총 13조 증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주식은 희망이 없다.”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한국 주식시장에 회의를 느꼈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8개 종목의 무더기 폭락 사태 이후 한국 증시에서는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 등의 분석을 토대로 한 투자 접근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12일 “기업의 발전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것이 기본인데, 한국 주식은 거의 사기성 도박판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에서는 그나마 우량하다는 가치주가 주가조작 재료가 되고, 기업 오너 일가마저 주주편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 또는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대기 자금’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예탁금이 쪼그라든 것은 이번 주가조작 의혹으로 투자심리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인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빚투)하는 신용거래융자 자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4일 20조4319억 원에서 이달 2일 19조1364억 원, 11일 18조6574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빚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CFD는 40%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CFD를 취급해오던 증권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상장 증권주의 시총은 지난달 21일 약 23조 원에서 이달 12일 19조2000억 원으로 3조9000억 원가량 줄었다. 기대 이상의 호실적도 효과가 없었다. 키움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767억 원, 영업이익 3889억 원의 대형사 못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4월 14일 10만9400원이던 주가가 5월 12일 9만3800원으로 14%가량 미끄러져 내렸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