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차별 폐지뒤 반대의견 배척에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 금지 추진 “또 다른 사회 억압 도구” 지적도
게티이미지.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소셜미디어 계정 팔로를 끊는 등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취소 문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CNN 등이 12일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영국 식민지 시절 도입된 동성애 차별법을 폐지한 뒤 보수 단체와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온라인에는 동성애와 성소수자 지지 여론만 넘쳐난다. 이를 반대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자 당국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진보 진영에서는 “21세기에도 태형(笞刑)이 존재하는 싱가포르에서 캔슬 컬처 금지법이 또 다른 사회 억압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캔슬 컬처는 유명인 등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펴거나 행동을 할 때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문화를 뜻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의 소셜미디어 팔로를 ‘취소(cancel)’하는 현상에서 유래했다. 심한 경우 온라인상에서 좌표를 찍어 ‘조리돌림’하기도 한다.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마녀사냥”이라는 의견과 “소셜미디어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주무 장관인 K 샨무감 법무장관은 이날 CNN에 보낸 성명에서 “자신의 견해 때문에 공격받을까 봐 두려워 합리적인 공개 담론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 또한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동성애 찬반에 관해 어떤 의견을 지녔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캔슬 컬처 금지법을 강행할 뜻을 비쳤다. 그는 동성애 차별법 폐지 때부터 “특정 종교인이 성소수자(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거나 공격을 받는 문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당국이 되레 이 법을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란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2015년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연금 정책을 비판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경험이 있는 시민 활동가 로이 응게란은 CNN에 “당시 국립병원 내 직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소셜미디어에서 (비판) 담론이 얼마나 빨리 확산되는지 캔슬 컬처의 영향력을 보고 이 같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