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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만리장성 넘었던 ‘레전드’ 안재형, “탁구로 즐거운 인생을”

입력 | 2023-05-15 03:00:00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은 “탁구 덕분에 국가대표 선수도 하고 결혼도 했다. 탁구로 받은 사랑을 탁구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안재형 전 한국 탁구 대표팀 감독(58)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탁구 레전드’다. 2년 뒤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유남규와 함께 짝을 이뤄 남자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해 출범한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위원장을 맡고 있다. KTTL은 14일 열린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을 끝으로 두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안 위원장은 “프로탁구는 ‘맨땅에 헤딩’ 하듯이 출범했지만 시즌을 치르고 보니 많은 분들이 잘했다고 얘기해 주신다. 첫 시즌에 비해 두 번째 시즌엔 관중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관중이 찾아오게 하려 한다. 좀 더 팬 친화적인 리그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중국 탁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자오즈민(60)과 결혼해 큰 화제를 모았다. 둘의 아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안병훈(32)이다. 자오즈민 역시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딴 메달리스트다. 안병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골프에 출전했으니 가족 모두가 올림피언이다.

현장을 떠나 행정가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 위원장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탁구대 6∼7개가 들어가는 조그만 탁구장을 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탁구 놀이터’다. 안 위원장은 “신촌은 젊은이들의 거리다. 젊은 친구들도 와서 운동할 수 있고, 동호인들도 와서 탁구를 칠 수 있다. 무엇보다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름은 ‘아이핑퐁 탁구클럽’으로 정했다. ‘아이(愛)’는 중국어로 사랑이라는 뜻이고, 핑퐁은 영어로 탁구를 의미한다. 그는 “내가 워낙 탁구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지었다”면서 “아이(I)를 영어로 쓰면 ‘내가 곧 탁구’라는 뜻이 된다. 그런 의미도 담고 있다”며 웃었다.

탁구는 하기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안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탁구에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안 위원장은 “탁구는 공이 작고 가벼워서 초보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다. 처음에는 공만 줍다가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3∼6개월을 꾸준히 치다 보면 탁구공의 속도감을 알게 된다. 그걸 알고 치면 랠리가 된다. 일단 공이 오고 가기 시작하면 탁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동호인 탁구라고 해도 남을 이기려 하면 몸을 혹사해야 하고, 그러면 몸이 괴로워진다. 하지만 탁구 자체를 즐기려고 하면 정말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스포츠인 데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탁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안 위원장은 “탁구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게도 적합한 운동이다. 부상 위험이 적고 체력 단련에도 좋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면 즐겁게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