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으로부터 9억여 원을 받은 여성이 5억 원대의 증여세를 부과받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법원이 두 사람 간 금전거래를 성매매 대가가 아닌 ‘경제적 지원’으로 봤기 때문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A 씨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고등학생이던 2004~2005년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당시 30대였던 주식투자자 B 씨를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B 씨는 A 씨가 성인이 된 후에도 연인관계를 이어가면서 2006~2012년까지 경제적 지원을 명목으로 수십 회에 걸쳐 약 9억3000여만 원을 줬다.
이 소송의 1심 재판부는 B 씨가 A 씨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7억 원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듬해 B 씨는 A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B 씨가 연인관계로 교제하면서 지원해준 것”이라고 주장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세무당국은 A 씨가 B 씨로부터 받은 9억3000여만 원을 증여 재산으로 간주하고 2020년 5월 A 씨에게 5억3000여만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A 씨는 “과세 결정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 판단을 요청했으나 기각 결정을 받자 정식 소송을 냈다.
A 씨는 소송에서 “9억여 원은 조건만남 대가로 지급돼 대가성이 있으며, 특히 2008년에 받은 5억 원은 B 씨가 석방 이후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앞서 민사소송을 심리한 법원이 해당 금전이 ‘증여’된 것임을 전제로 대여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을 언급했다. A 씨가 위자료라고 주장하는 5억 원 역시 액수가 지나치게 크고 위자료임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봤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