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에 나선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크리스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 마지막을 향해 가는 3분,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의 손이 너무 빨라 손 여러 개가 겹쳐 보이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지금 듣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비현실적이란 생각까지 들 때쯤, 임윤찬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동시에 멈췄고,순식간에 관객들이 일어나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관객 2200여명이 용수철처럼 한꺼번에 일어나 우레와 같은 ‘브라보’를 외치는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막을 내린 임윤찬의 첫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는 의심할 여지없이 성공적이었습니다.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과 임윤찬은 힘차게 포옹했는데 그것조차 감동적이었습니다. 40분이 넘는 시간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주고받으며 최고의 공연을 선보인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였으니요. 일부 관객들도 감정이 복받치는 듯 연신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휘자 개피건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신들린 테크닉, 깊은 영혼의 음악성에 너무 좋은 성격까지 갖췄다”고 극찬하며 “이런 뜻깊은 순간에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한 70대 청중은 “3일 내내 보러 왔다”며 “이런 천재적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드물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 씨도 이날 공연을 찾아 SNS에 “대단한 데뷔 무대였다”고 전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 후 관객 앞에 선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크리스리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데보라 보르다 뉴욕필 최고경영자(CEO)가 임윤찬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을 보고 직접 협연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임윤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증명하듯10~12일 3회 공연은 일찍부터 전부 매진됐고, 공연 당일 서서 보는 ‘스탠딩 티켓’이라도 얻고자 아침부터 줄이 늘어설 정도였습니다. 스탠딩 티켓도 마감돼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로비 모니터로 공연 생중계를 지켜봤죠.
12일(현지시간) 여러차례 커튼콜에 응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오른쪽)과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마지막 공연인 12일 낮 연주 후에는 관객들의 끊임없는 기립 박수에 앵콜곡을 3곡 선보였습니다. 전날까진 두 곡이었거든요. 3곡을 마친 후에도 관객들이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박수로 감동을 표현하자 난감해하는 임윤찬의 모습이 포착될 정도였습니다. 관객들은 감동을 잊지 못하고 그의 콩쿠르 실황 유튜브 영상으로 돌아가 다시 듣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해당 영상 댓글창에 뉴욕필 협연 감상평이 줄줄이 달리고 있습니다. “클라이번 보다 더 빠르고 더 파워풀한 잊을 수 없는 연주”,“경이로운 연주” 등등.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다’는 제목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기사. 뉴욕=김현수 kimhs@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