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법업체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군의 위치를 알려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최근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유출된 미국 비밀문건을 인용, 프리고진은 지난 1월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 유충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군 사령관들에게 러시아군 위치 정보 공유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비밀문건에는 프리고진이 전쟁 중 몰래 접촉한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 연락책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 사실이 담겼다. 그러나 유출된 문건에는 프리고진이 어느 러시아군의 위치를 알려주려 했는지 나오지 않았다.
문건에는 또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정보 장교에게 러시아 군대가 탄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사기가 저하된 상태라며 크림반도에 대해 공격을 종용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간 전투를 벌이고 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에게 충분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5일 탄약이 부족하다면서 “5월10일 철수할 수 있다”고 러시아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이 탄약 공급을 중단했다고 공개 비난해왔다.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기는 하지만, 바그너 그룹 용병과 러시아군의 목습을 맞바꾸려 한 그의 제안은 반역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시긴트 즉 신호 정보(SIGINT·Signals intelligence)를 통해 작성된 문건에는 크렘린궁이 프리고진과 HUR가 내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건에는 “키릴로 부다노우 HUR 국장은 HUR과 프리고진의 비밀 대화, 아프리키에서 프리고진과 우크라이나 장교 간 비밀 회담 등을 통해 프리고진이 크림렌궁에 우크라이나 측 요원으로 보이길 기대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미국 비밀문건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자신이 내통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 “나는 외국 정보기관에 숨길 것이 없다”며 “부다노우와 나는 여전히 아프리카에 있다”고 조롱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