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가열해 붉게 달아오른 철 덩어리를 거대한 집게가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 후끈한 열기가 공장 실내를 가득 채웠다. 철 덩어리는 높이만 23m에 달하는 초대형 프레스 기계로 이동해 1만7000t에 달하는 무게로 짓눌렸다.
성인 남성 24만 명이 동시에 누르는 것과 같은 힘으로 양쪽에서 누르자 철덩어리는 마치 용광로처럼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단련을 반복하다 철 덩어리의 온도가 900도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가열해 1200도 이상으로 만든다. 이후 다시 프레스로 누르는 작업을 5번을 반복하며 철을 더 강하게 만든다. 높이 23m, 무게 775t에 달하는 원전의 핵심 기기 ‘증기 발생기’의 구성물을 만드는 작업의 모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5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신한울 원전 3, 4호기의 핵심 기기인 ‘증기 발생기’, ‘원자로’, ‘터빈 발전기’ 등에 대한 제작 착수식을 열고 제조 현장을 공개했다. 3월에 한국수자력원자력과 2조 9000억 원 규모 신한울 3, 4호의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 실제 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제작이 본격화된 것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사업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2조 원대의 보조 기기 계약도 순차적으로 발주될 전망이다. 펌프, 배관, 밸브, 케이블, 각종 자재 등 192개의 패키지에 대한 계약이 이뤄지게 된다. 정부는 자금 집행도 과거보다 빨리 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기기 계약 소요기간도 현재 21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고 국내 입찰을 현재 3000억 원(60건)에서 1조3000억 원(138건)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부 목표대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 이뤄지면 산업에 더욱 활력이 생길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등에서 원전 일감이 2조 4000억 원가량 나왔고, 올해는 1조 1000억 원이 공급될 예정”이라며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중소업체들도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지빌리티에서 열린 신한울 3·4 주기기 제작 착수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착수식에 참석해 “신한울 3, 4기 주기기 공급 계약은 원전 생태계 완전 정상화의 신호탄”이라며 “정부는 지속적인 원전 일감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 수출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제작 착수를 위해 부은 쇳물은 우리 원자력 생태계 부활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단조 작업처럼 여러 시련 속에서도 우리 원전 생태계가 더 단단히 결속해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찾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