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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동해 지진에 불안감 확산… 기상청-원안위, 지진관측망 공유 추진

입력 | 2023-05-16 03:00:00

올해부터 두 기관 지진망 통합… 국가지진관측망 조밀도 높여
탐지∼경보 소요시간 단축 기대
기상청, 4년 내 관측망 329곳 확충
“대피 골든타임 추가 확보할 것”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된 원자력안전위원회-기상청 원전 지진관측망 합동 현장점검에서 유국희 원안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유희동 기상청장(오른쪽)이 고리 원전에 설치된 지진감시계측기를 살펴보고 있다. 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고리 1·2 원자력발전소 부지 아래를 동해가 둘러싸고 있었다. 발전소 입구에는 거대한 철문이 보였다. 무게 27t에 달하는 이 차수문은 높이 10m의 바닷물을 막아낼 수 있는 시설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후쿠시마 원전 붕괴 사고로 이어진 뒤 우리도 비슷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차수문을 지나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자 비상용 발전 건물 앞에 자물쇠가 달린 철제함이 보였다. 이 안에 지진감시용 계측기가 들어 있다. 땅이 흔들리면 이를 감지해 단계별로 경보를 보내거나 원전 시설 수동정지 또는 자동정지가 가능하도록 제어실에 알람을 보낸다. 원전 관계자는 “이런 지진계측기가 발전소 안에 6개 있어요. 3개는 대표 계측기, 3개는 대표 계측기가 고장 나는 경우를 대비한 보조 계측기”라고 설명했다.

● 잦아진 지진문자… “전조 아니냐” 우려
최근 지진 재난문자가 잇달아 날아들며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한반도에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42번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강원 동해시 인근에서만 14번 일어났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대규모 지진의 전조 아니냐”는 불안이 쏟아졌다. 한국이 지진, 원전 사고로부터 과연 안전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환태평양 지진대로부터 600km 이상 떨어진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다.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고 지진이 발생해도 비교적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일본에서 최근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자 한국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과는 단층이 달라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해 인근의 잦은 지진은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다. 이같이 좁은 지역에서 소규모로 반복되는 지진을 ‘군발지진’이라고 한다. 작은 단층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지 못하고 조금씩 내보내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2013년 충남 보령, 2020년 전남 해남 인근 해역에서도 몇 달간 각각 60회, 70회가량 지진이 발생한 적 있다.

이번 동해 지진 역시 군발지진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륙에 피해를 줄 만한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갖고 동해 중부 해역 인근 단층을 연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 지진관측망, 기상청 시스템에 통합
일각에서는 한반도도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2016년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북 경주 지진이 대표적이다. 지진재해대책법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자력 시설 인근에 표준화된 지진감시 설비로 구성된 지진관측망을 구축, 운영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고리·월성 등 경주 일대 원전에 150곳, 한울·한빛 원전에 70곳 등 지진관측소 226곳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 지진 당시 지진감시 계측기 경보기를 활용해 월성 1∼4호기를 수동 정지한 바 있다.

올해부터는 원안위 지진관측망이 기상청이 운영하는 ‘국가지진관측망’ 시스템에 통합된다. 기존에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관리하던 지진관측자료가 기상청에도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12일 유희동 기상청장과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고리 발전소에서 만나 원전의 지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진관측망 공동활용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3월 맺은 ‘지진·기상 및 원자력 안전분야 협력체계 구축’ 업무협약의 일환이다.

기상청은 “국가지진망 확충에 국가 예산이 중복 투자되는 것을 막고, 관측망 조밀도가 개선되면서 지진경보 소요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원자력 이용시설 지역을 포함해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과 주요 단층 지역 등 지진 집중감시구역에는 원안위 지진관측망 외에도 매년 20곳씩 관측망을 새로 설치해 2027년까지 모두 329곳의 지진관측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 “더 빠른 인지-대피 가능… 인명피해 줄일 것”
이 시설이 모두 설치되면 관측소 간 간격이 현재 약 16km에서 7.2km로 촘촘해진다. 지진 탐지에 걸리는 시간도 3.4초에서 1.4초로 줄어든다. 기상청은 “탐지한 지진을 분석하고 통보하는 시간이 총 8.4초에서 4.4초로 줄어든다. 지진 대피 골든타임을 4초 추가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지진파 도달 5초 전 지진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책상 아래로 숨는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해지고, 인명피해도 80% 줄일 수 있다.

기상청은 원안위 지진관측장비들을 국가지진관측망으로 활용하는 데 적합한지 2025년까지 검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원전 관측자료까지 포함한 지진 조기경보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험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원안위뿐 아니라 농어촌공사, 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 별도로 지진관측소를 운영하는 지진관측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국가지진관측망을 더욱 효율적으로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