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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울교육청 기초학력 공개 반대, 학부모 알 권리 침해다

입력 | 2023-05-16 00:00:00


서울시의회가 15일 서울의 초중고교 기초학력 평가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시행될 경우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7년 만에 공개된다. 이 조례는 올 3월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에 따라 최근 재의결했다. 시교육청은 조례 집행정지 신청과 대법원 제소를 결정한 상태여서 조례 시행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하고, 학교별 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으며, 우수 교사와 학교에 포상도 할 수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학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기초학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시교육청은 이 조례가 기초학력 관리라는 교육청 권한을 침해한다는 법적 문제를 지적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 평가와 그 결과의 공개는 학교 간 서열화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기본 입장이다.

소속 학교의 학업 성취도가 다른 학교와 비교해 어느 정도 되는지는 학생과 학부모들에 제공해야 할 기초 정보다. 미국에선 학생들의 성적을 토대로 한 학교 등급이 공개되고, 프랑스와 일본도 고교별 대학 진학 성적을 공개해 교육 수요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한다. 국내에선 2010∼2016년 전국 단위 평가를 실시해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공개하고 뒤처진 학교를 지원했는데 그때는 미달 비율도 줄었다. 고2 수학의 경우 2010∼2016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4.3∼5.6%였으나 2017년 표집 평가로 바뀌고 학교별 성적 공개가 중단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해 2021년엔 14.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 정부는 기초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평가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평가 결과는 학교가 관리하게 하고 공개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서울시의회가 나서서 관련 조례까지 만들었겠나.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법적 권한 침해를 따질 게 아니라 책임 있게 가르치고 그 성과를 공개해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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