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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력법관 10년’… ‘일-삶 균형’ 필요하지만 ‘무책임’ 싹 잘라야

입력 | 2023-05-16 00:00:00


경력법관제 도입 10년이 되는 올해 법원에서 사상 처음 20대 판사가 사라졌다. 경력법관들이 채용되면서 2010년 6.6% 수준이던 20대 판사는 올해 0명이 됐고, 법관들의 평균연령은 2012년 39.3세에서 지난해 44.2세로 높아졌다. 경력법관제가 정착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초임 법관이 평균 50세를 넘는다. 경력법관제는 법조인 경력을 쌓은 뒤에 판사를 해야 좋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경력법관이 10년째 누적되면서 법원에서 서열 기반의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부장판사보다 배석판사가 나이가 더 많은 합의재판부도 등장했는데 이런 합의재판부에서는 부장판사가 배석판사의 판결문을 고쳐주면서 가르치기 어려워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장판사 3명이 합의부를 이루는 대등재판부가 늘고 있다. 앞으로는 합의재판부도 자연스럽게 대등재판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력법관제에 문제가 없지 않다. 예전에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하자마자 법원으로 갔다. 지금은 변호사로 출발해 로펌 등에서 많은 보수를 받다 보니 5년 이상 지나 굳이 법관이 되려 하지 않는다. 법원은 예전처럼 우수한 인재를 필요한 만큼 뽑지 못해 선발 기준을 낮추고 있다. 지망하는 쪽도 변호사보다 보수가 적어도 여유를 갖고 일하며 살 수 있어 판사를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에서 ‘법관의 꽃’으로 불린 고등부장판사로의 승진제를 없앴다. 승진을 위해 밤낮으로 주말까지 일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인사권자 눈치를 보게 되면서 법원 관료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진 것은 분명해서 재판이 점점 더 지연되고 있다. 이에 더해 경력법관으로 들어오는 판사들까지 일이 쌓여도 출퇴근 시간 지키는 걸 중시한다.

그렇다고 경력법관제를 폐지하고 고등부장판사 승진제를 재도입하자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재판 건수가 일본보다 3배, 인구 비례로는 8배 많다. 툭하면 재판까지 가는 성향 자체를 고쳐야 한다. 또 법관은 상식적 판단을 할 수 있으면 되지 가장 우수한 법조인일 필요는 없다. 법관의 수를 지금보다 늘리되 그 대신 책임의식이 부족한 판사들을 골라내 배제할 수 있는 합의제적 인사평가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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