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압승 예측 뒤집힌 2016년 총선 지도부, 실제 박빙임을 알았다면 결과 달랐을까 尹 지지율 조사 편차 커, 과거서 교훈 되새길 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갤럽의 주간 데일리오피니언 조사를 살펴보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갈등으로 인한 선거 패배 여파로 2016년 총선 후 넉 달 만에 당시 새누리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해 민주당에 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재역전(2021년 7월 2주 차)까지는 무려 245주가 걸렸다. 190주 연속 10%대 지지율을 기록했고 10% 미만도 13주나 됐다. 민주당에 43%포인트까지 뒤지는가 하면 2018년 8월 한 달간은 정의당에도 뒤졌다. ‘보수 몰락’이라 할 만하다.
‘보수 몰락‘의 시작은 엉터리 여론조사였다. 2016년 총선 당시 지역구별 여론조사는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필자 연구팀이 당시 실시된 지역구별 여론조사 674건에 기반하여 후보별 당선 확률과 의석수를 추정해보면 새누리당이 166석(신뢰구간 158∼173석), 민주당이 83석(신뢰구간 75∼91석)이었다. 반면 두 정당은 122석과 123석을 얻어 오히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당시 일반 여론조사는 법적으로 가상번호 활용이 불가능해 보수 유권자가 과대 표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지역구 무선전화를 표집할 방법이 없다 보니 많은 조사가 유선전화만 표집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무선전화 번호를 포함한 것이 문제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당시에도 정당 여론조사는 가상번호 활용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반 여론조사와는 달리 오히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새누리당 의석수를 125∼127석 정도로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왜 당시 박 전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지도부는 엉터리 여론조사를 더 믿었을까. 공천권을 가진 박 전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핀 선거 담당자들이 직언을 못 한 권력의 속성 때문은 아니었을까.
최근 많은 보수 언론과 정치권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점을 기록했던 올해 3월 5주 차 조사에서는 조사업체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당시 자동응답방식(ARS)의 ‘여론조사공정’은 대통령 지지율을 43.6%로 추정한 반면 전화면접 방식의 ‘NBS’는 33.0%로 추정했다. 무려 10.6%포인트 차이였다.
ARS 방식은 응답률이 더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양 진영의 강력한 지지층이 과대 표집될 확률이 높아 전화면접 방식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참고로 당시 ‘여론조사공정’(ARS)과 ‘NBS’(전화면접) 조사의 실제 응답률(접촉률×응답률)은 0.6%와 5.7%였다. ‘여론조사공정’ 조사의 20대 할당 배율은 1.38에 달했던 반면에 ‘NBS’ 조사는 1.0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할당 배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집단에 할당된 표본 수를 다 채우지 못해 답을 한 응답자들에게 가중치를 주고 못 채운 사람들의 응답을 예측해 끼워 넣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공정’의 ARS 조사는 특히 20대 여성들의 참여율이 낮았다. 우리나라 20대 유권자 중 남성의 비율이 여성의 1.1배 정도인 것에 비해 해당 조사 완료자는 이 비율이 1.8배에 달해 남성이 여성보다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이것은 지난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며 필자 연구팀이 당시 여론조사 600여 건을 분석해 보면 대체로 윤석열-이재명 후보 득표율 차이를 상당히 과대 추정(3.7%포인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현상이 더 심했던 ARS(4.0%포인트)는 전화면접(3.1%포인트)보다 윤-이 격차를 더 과대 추정했다. 참고로 올해 3월 5주 차 ‘NBS’ 조사에서는 20대 남녀 비율이 1.1배 정도로 실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