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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로봇[임용한의 전쟁사]〈263〉

입력 | 2023-05-16 03:00:00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아직은 20세기 전쟁에 드론이라는 신통한 무기가 첨가된 형태이지만 10년 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꿔 버릴 것이 분명하다.

드론도 자체 진화를 하겠지만 이번에 보여준 드론의 활약상은 로봇 병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 틀림없다. 아직은 성능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지만 드론형 소형 탱크, 소형 로봇들이 이미 개발됐고, 추가 개발도 되고 있다.

지금 드론들은 대다수가 인간의 조종을 받지만 자율형 로봇 무기들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로봇 무기들의 등장을 두고 킬러 로봇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있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로봇 병사, 로봇 전투기들이 인류를 사냥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이미 영화 속에서는 실현됐지만 현실에서 인류는 킬러 로봇의 살인에 대해 동요하고 주저해 왔다.

전쟁사를 보면 어떤 무기든 강력하고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을 때 이런 논란이 있었다. 화승총이 등장했을 때도 대포가 발명됐을 때도 이건 너무나 강력하고 치명적인 무기다, 생산을 금지하거나 전쟁터에 투입하는 수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 걱정을 무너뜨리는 건 언제나 현실이었다. 막상 전쟁이 벌어지면 빨리 적을 해치우고 승리해야 한다는 현실의 이해가 철학적, 윤리적 명상을 이긴다. 이번 전쟁에서는 드론이 그 역할을 했다. 참호에 누워 쉬고 있는 병사, 해치가 열린 탱크 안으로 드론이 수류탄을 떨어뜨린다. 며칠 전에는 드론을 향해 공격하지 말라고 비는 병사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런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저 자리에 내 아들 대신 로봇을 투입하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절박한 현실에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건 명분이 아니라 이익이다. 최근 전쟁에서 드론의 활약은 킬러 로봇 논쟁을 현실로 꺼내 놓았다. 군에 가기 싫은 젊은이들은 모병제보다도 로봇 징병제를 더 훌륭한 대안으로 지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싫든 좋든 우리는 영화 속의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