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일터를 찾아서] 매년 종합보고서 작성 국민에 공개 리스트서 삭제땐 법적 보호 못받아
지난달 11일 영국 수도 런던 버킹엄궁 근처의 빅토리아 스트리트50. 도심 한가운데 16층 건물이 솟아 있었다. 바로 1973년 지어진 정부 행정복합센터 ‘윈저 하우스(WINDSOR HOUSE)’다. 과거에는 ‘런던 교통국’ 본부로 쓰였으나 2018년부터 각종 행정기관이 입주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국 노조와 사용자 단체를 관리감독하는 인준청이다.
인준청은 1975년 영국 노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됐다. 1992년 인준청장의 기능과 권한이 구체적으로 규정되면서 본격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인준청장은 영국 무역산업장관이 임명한다. 인준청은 매해 노조와 사용자단체 현황을 총망라한 종합 보고서를 작성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정부와 의회에 제출한다. 노조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정보 공개를 요구해 노사 균형을 맞추는 셈이다.
인준청은 노조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노조가 사용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근로자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지 등을 검토한다. 또 노조의 정관이나 규율, 사내 기존 다른 노조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노조를 ‘인준’한다. 인준청의 인준을 받은 노조만 근로자 대표로서 사용자와 협상할 수 있다. 노조나 사용자 단체가 충분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인준청은 이들 단체를 ‘리스트’(관리 목록)에서 삭제할 수 있다. 삭제된 노조는 법적으로 보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용자와 교섭도 할 수 없다.
런던=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