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10년 흔들리는 사법부] ‘미래의 판사 후보’ 재판연구원들 서열순 식사 제안-엘리베이터 탑승 경직된 의전 관행에 판사지원 꺼려
‘걸을 때는 부장(판사)님 측후방에서, 엘리베이터는 서열 순서대로.’
최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전·현직 재판연구원(로클러크)들은 선발된 후 현직 법관들로부터 이 같은 ‘법원예절’ 교육을 받았다면서 “법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곤 하지만 정작 고리타분하고 경직된 의전 문화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합의부 판사 셋이 식사를 하러 가거나 산책을 할 때 부장판사가 가운데 서고 배석판사가 뒤쪽 좌우에서 걸어다녀 이름 붙여진 ‘삼각편대’ 등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 일원화 시행 후 도입된 재판연구원들은 ‘미래의 판사 후보’로 여겨진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 때 별도의 시험을 통해 선발된 후 3년간 재판부의 ‘손발’ 역할을 하는데 이후 변호사 경력을 쌓고 다시 판사 임용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경직된 의전 관행이 우수한 재판연구원 출신 경력법관 임용에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의전 문화는 실제로 법원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한 전직 재판연구원은 “부장판사들과 식사 후 커피를 사와 서열과 다른 순으로 나눠 주다가 주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날에는 고연차 판사가 청사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사 중 기수가 낮은 순서대로 ‘나오시라’고 알려야 한다. 이런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못 버티고 임기 3년을 채우기 전에 법원을 떠나는 재판연구원도 있다. 3년을 마친 후 변호사로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민간 로펌 분위기를 경험한 후 법원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제라도 법원의 경직된 의전 중시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5년 차 미만 판사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형식적인 의전을 강조하는 관행은 구태”라며 “필요 없는 의전 관행은 없애고 대신 일은 확실하게 하게 만드는 업무 시스템과 법원 문화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