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S e-트론 GT’는 현존 최고의 전기차로 꼽힌다. 화려한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상품성을 자랑한다. 특히 슈퍼카 수준의 성능이 압권이다. 면모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강원도 인제 서킷에서 만나본 RS e-트론 GT는 아우디의 미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차였다. 차명만 봐도 아우디 상징이 전부 들어가 있다. 아우디 최고 등급 ‘RS’에 고급 전기차 브랜드 ‘e-트론’을 입혀 상대를 압도한다.
외형은 다이아몬드처럼 눈부시게 빛난다. 다이아몬드처럼 날카롭게 깎아 놓은 면을 차량 앞뒤 곳곳에 배치해 겉모습을 뽐냈다. 정교한 루프라인과 낮고 넓은 차체, 독특한 X자 모양의 레이저 라이트는 역동성을 드러낸다.
RS e-트론 GT는 440kW(약 590마력)를 자랑한다. 오버부스트 모드에서는 앞뒤 두 개의 전기모터가 전부 가동돼 646마력으로 튀어오른다. 100km/h까지 3.3초 만에 질주할 수 있는데, 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J1)을 공유하는 타이칸 터보 S의 2.2초에는 못 미치지만 2200kg가 넘는 e-트론 무게를 감안하면 확실히 인상적이다.
고저차가 심하고 급격한 곡선 주로가 많은 인제 서킷에 RS e-트론 GT과 e-트론 GT를 올려보니 압도적인 성능이 실감났다. 비교적 서킷 주행이 익숙해 자신감을 갖고 차를 길들여보고 싶었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RS e-트론 GT의 과격한 움직임에 모든 감각이 차에 쏠릴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아우디 RS 특유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제스피디움 1번 코너 탈출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 코스는 고저차로 인해 코너가 숨겨져 있어 마의 구간으로 불린다. 여기서 가속도 붙은 차를 통제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RS e-트론 GT는 걱정과 달리 운전자 의도대로 정확하게 코너를 빠져 나왔다. 방향전환 전 감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줄여야하는데 살짝만 조작해도 속도가 제어돼 원활한 주행을 도왔다.
또 속도를 살려도 웬만한 구간에선 궤적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세밀한 조향을 돕는 토크 벡터링 기술이 한 몫 한 덕분이다. 토크 벡터링은 고속 선회로 진입 시 안쪽 휠에는 제동력을 가하고 바깥쪽 휠에는 보다 많은 동력을 전달해 조향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 탑재로 전후방 50대 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을 실현한 것도 큰 이점이다. 균형 잡힌 무게중심은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도왔다. 제동도 재빠르다. 고가의 세라믹 브레이크가 탑재돼 고성능차를 손쉽게 다스린다.
RS e-트론 GT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36km다.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설계된 디자인 특성상 주행 가능거리에서 이득을 봤다. 에너지 회수하는 회생 제동 효율도 높다. 배터리 용량은 93.4kWh.
트렁크 공간은 기본 405리터이다. 2열 폴딩 기능과 스키쓰루 기능까지 갖춰 긴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인 만큼 보닛 아래에는 85리터의 짐을 적재할 수 있는 프렁크도 활용 가능하다.
국내 소비자가격은 2억632만 원이다.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