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조코딩’에서 진행한 ‘AI 클론싱어’ 프로그램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가장 중대한 올해 일정은 2019년부터 준비한 정규앨범 ‘5.0’ 발매다. 14일 공개된 곡 ‘부동의 첫사랑’과 싱글 ‘5.1’(2020년), ‘5.2’(2021년), ‘5.3’(2022년) 등을 두루 포함한 앨범이 될 예정이다. “오랜 기간 리메이크 앨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던 그는 올해 2월 인디신 후배들의 4개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Remake 1.0’을 내놓기도 했다. “나라면 소중한 작업물이니 재해석을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던 그는 “제 곡이 한 번도 리메이크된 적 없는데, 제가 리메이크 앨범을 내버린 이상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십센치.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 제공.
그도 그럴 것이 십센치는 정규 1집 때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앨범 1만 장이 하루 새에 다 팔려나갈 정도였다. 곡 ‘아메리카노’(2010년),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2011년), ‘봄이 좋냐’(2016년) 등 히트곡도 다수다. 2011년 MBC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하고부터는 “생각보다 빨리, 훨씬 성공해버렸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권정열은 “스스로 배포가 작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단지 음악하며 사는 게 좋았던 것뿐이었다. 참 다행인 일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더한 사랑을 받은 인생”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더 큰 사랑이 그에게 준 것은 ‘책임감’이다. 그는 “정규 1집 때만 해도 저는 음악하는 제가 만족스럽고 멋있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음악의 방향성이 나에서 대중을 향해야 한다”는 철학이 생긴 것. 권정열은 “대중과 괴리를 두고 제가 원하는 음악을 했을 때, 꽤 허무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만족스러운 시간은 짧더라. 이러면 시간이 지나고 제 귀에도 음악이 좋게 들리질 않는다”고 했다.
“이 철학이 모호해질 때가 많고, 사실 모호한 채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그냥 부담을 크게 느껴버려요. 그러면 열심히 하게 돼요.”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