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삼 전 국방부100기무부대장 인터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부하에 허위 서명으로 ‘양심포기’ 강요” “계엄문건은 단순 검토 문건, 정치적 악용돼 기무사 해편시켜”
“정확하게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5년 전 ‘계엄 문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군 관계자들의 명예도 회복돼야 합니다.”
민병삼 전 국방부100 기부무대장(사진·예비역 육군 대령)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은 단순 검토 문건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돼 기무사가 해편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 대령은 2018년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송 장관의 ‘계엄 문건’ 발언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최근 송 전 장관과 당시 정해일 장관 군사보좌관, 최현수 당시 국방부대변인(현 국방정신전력원장) 등 3명을 허위 서명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이들의 자택과 국방부 대변인실에 이어 국군 방첩사령부(옛 기무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잇달아 벌였다.
―송 장관이 2018년 7월 당시 간담회에서 어떤 발언을 했나?
“5년 전 국회 국방위에서 밝힌 내용 그대로다. 당시 송 장관은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특정 정치세력을 탄압하기 위해서 만든 문건이라면 문제가 된다. 그렇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작성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이 문건이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봐라’고 얘기했다.”
―당시 국방부도 송 장관 발언처럼 계엄문건이 법적 문제가 없다고 봤나?
“간담회가 열리기 한 주 전에 한 방송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자료를 토대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이 있다고 보도하자 국방부도 송 장관의 간담회 발언과 같은 취지의 언론 대응지침(PG)를 만들었다. 국방부도 송 장관이 주관한 간담회 이전에 ‘계엄 문건’에 대해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송 장관은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계엄 문건이 아닌 위수령이라고 주장했는데…
“당시 기무사가 위수령을 검토한 문건은 없다. 계엄 검토 문건만 있다. 송 장관이 위수령과 계엄을 혼돈해서 얘기한 것이다. 송 장관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취지로 언급한 대상은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이 맞다고 본다.”
“당시 간담회 내용을 A4 용지 이면지에 손글씨로 메모를 했다. 이후 부대로 복귀해서 행정장교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해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그 문건이 지금까지 방첩사에 남아있을까.
“당연히 남아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버에 저장되는 공식 기록물이자 첩보보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삭제를 지시했거나 삭제했다면 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다.”
―당시 ‘사실관계확인서’는 누가 작성했고, 누가 서명을 받았나.
“구체적 작성 주체는 모르겠다. 당시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서명을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확인서를 전달받았다. 확인서에는 간담회 참석자 14명 가운데 국방차관과 합참차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등 3명을 제외한 11명의 직책과 이름, 서명란이 있었다.
10명이 서명하고 마지막으로 내 서명을 받으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3가지 이유를 들어서 서명을 할수 없다는 뜻을 대변인실에 전달했다. 첫째는 상사를 모시는 부하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봤다. 상관에게 직언을 해야지 은폐조작에 가담하고 서명까지 받으려고 하느냐고 했다. 이건 장관을 모시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둘째는 장관님 얘기를 다 들었는데 도저히 양심상 서명을 못한다고 했다. 셋째, 이것은 장관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위력에 의한 부하들에 대한 ‘양심포기 강요 행위’다. 나중에 장관을 더 위태롭게 할수 있다. 이런 내용을 대변인실에 전달하면서 사실관계확인서를 되돌려 보냈다.”
―당시 국방부는 민 대령의 서명 거부로 오해 소지가 있어서 ‘사실관계확인서’ 원본을 폐기했다고 밝혔는데…
“변명이다. 은폐 조작하려다가 내가 제동을 걸자 나중에 화근이 될까봐 (원본을) 폐기한 것이라고 본다.”
“정확하게 이해할순 없지만 당시 서명을 한 일부 당국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귀찮아서 그냥 해줬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국‧실장들은 자기 부서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주의를 안 기울이면 기억이 안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기무사와 중대하게 관련된 얘기이고, (송 장관의 발언을) 정확히 들었다. 이런 내용은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밝힌 바 있다.”
―2018년 7월 국회 국방위에서 송 장관과 계엄 문건 관련 발언을 두고서 정면충돌했다. 당시 하극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5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대응을 한 것인가.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게 팩트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당시 송 장관과 정해일 장관 군사보좌관이 언급한 내용은 팩트와 관련된 게 없다. 내가 대장까지 지내고 장관까지 지낸 사람인데 거짓말을 하겠냐고 얘기한게 전부다. 팩트와 상관없는 얘기를 했다.”
―‘장관 간담회 동정’ 문건 외에 다른 문건도 작성했나?
“그게 유일하다. 다른 문건은 없다”
―2019년에 전역을 했는데..
“그 사태를 겪으면서 군 생활에 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역 지원서를 낸 것이다.”
―공수처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나
“구체적 시기를 밝힌순 없지만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송 장관의 발언 내용과 동정 문건 작성 경위, 사실관계확인서 서명 거부 등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을 (공수처에) 얘기했다.”
―향후 공수처에서 추가로 조사 요청이 오면 응할 것인가.
“추가로 필요하다면 가서 협조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의 ‘계엄 문건’을 중대 국기문란으로 보고 대대적 수사를 거쳐 기무사를 해편했다. 계엄 문건의 성격은 무엇인가.
“단순히 검토해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이다. 정치적 목적이나 내란음모 등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작성한게 아니다. 문건에 보면 탄핵이 기각됐을때와 인용됐을때 등 양쪽을 다 보고 있지 않나. 만약 (내란음모를) 실행하려고 했다면 작전부대가 얼마나 많나. 3군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다 불러서 회의하고 예행연습도 해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당시 민관 합동수사본부가 3개월 수사해서 나온게 뭐가 있나. 아무것도 없다. 20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90여명의 군 지휘관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결국 계엄 문건을 기무사 해체를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을 한 것이라고 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