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표준원 진종욱 원장 인터뷰 제품 개발 평가에 필요한 표준물질 韓 984종 영국 회사는 17만5000종 표준물질 개발로 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기술표준원 진종욱 원장이 11일 충북 충주시 코스모신소재 공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 원장은 “배터리 분야 표준물질 개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코스모신소재 공장을 찾았다”며 “표준물질과 함께 개발된 우리 산업 제품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 제공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이 2020년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적었던 이유가 뭘까. 통상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협조, 우수한 의료진, 보건당국의 발 빠른 대처 등이 손에 꼽힌다. 여기에 코로나19를 진단하는 ‘표준물질’을 빨리 개발한 것 역시 중요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준물질은 소재의 성분이나 특성을 평가하거나 장비를 개발할 때 기준이 되는 물질이다. 다소 어려운 개념이지만 표준물질이 없다면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져도 이를 진단하고 격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2019년 12월 이후 7개월 만인 2020년 7월 세계 2번째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개발해 병원과 기업에 보급했다. 이는 한국 기업의 신속한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이어졌다.
표준물질은 산업계에서 더 많이 사용한다. 산업 선진국일수록 표준물질을 많이 개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표준물질을 인정하는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진종욱 원장(53)을 충북 충주시 코스모신소재 공장에서 만나 표준물질 개발의 중요성과 국내 개발 현황 등을 들어 봤다.
“가스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 특정 숙박업소는 보일러에 의한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 방지를 위해 가스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된 상태다. 이러한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검사하기 위해선 50ppm, 250ppm 등 기준치가 될 특정 농도의 가스가 필요하다. 이 검사에 사용되는 정확하고 균질한 가스가 표준물질이다. 이러한 표준물질은 소재나 장비의 제조 및 평가, 제품 생산 공정의 품질관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표준물질 개발이 왜 중요한가.
“국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제품과 기술에 대한 시험·인증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 시험·인증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표준물질 사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표준물질 개발에는 높은 기술력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표준물질 개발 자체가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표준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산업계에서 표준물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한국의 표준물질 개발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진 원장 설명처럼 한국의 표준물질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전체 시장 규모가 850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민간 기업들은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가스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문제도 가지고 있다. 반면 영국의 대표적인 표준물질 기업인 LGC 매출은 지난해 1조1000억 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제약, 생물학, 환경오염, 식음료, 석유 등 산업 전반에 활용하는 표준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표준물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표준물질 개발이 앞으로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표준물질과 관련한 향후 정부의 추진 방향은….
“최근 산업부에서 ‘산업 대전환 초격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른 11대 핵심 분야, 40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표준물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 아울러 표준물질 개발과 분석 방법에 관한 국제 표준화를 선도하면서 시험인증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표준물질과 함께 개발한 우리 산업 제품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길 기대한다.”
충주=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