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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책방과 상생하는 온라인서점 ‘바로보네’ 출범

입력 | 2023-05-17 03:00:00

웅진북센 지역서점과 연계
아마존 대항하는 美 북숍
한국식 모델로 될지 관심



경기 안양시에 있는 지역서점 ‘평촌문고’ 전경. 2001년 문을 연 평촌문고는 현재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바로보네에 초기에 가입한 곳 가운데 하나다. 웅진그룹 제공


인터넷·대형 서점에 밀려 힘겨워하던 지역 동네책방들이 출판기업 온라인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상생을 꿈꾼다.

1990년대 온라인서점이 등장한 뒤 서점가는 대형서점 중심으로 개편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큰 자본이나 유통망 없는 중소 규모 동네책방들은 줄곧 역경을 겪어왔다. 최근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2003년 3589곳이던 국내 지역서점은 2021년 2528곳으로 약 30%나 줄어들었다.

지역사회의 동네책방 활성화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 한 출판유통기업이 중소형 서점들과 상생을 도모하는 온라인서점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출판도매유통사업의 절대강자인 웅진북센이 올해 1월 지역서점과 연계한 플랫폼 ‘바로보네’를 출범한 것. 관련 업계에선 바로보네가 미국에서 동네서점과 힘을 합쳐 아마존 대항마로 떠오른 ‘북숍’의 한국식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서 판매 수익의 최대 100%를 지역서점으로

웅진북센이 올해 1월 출범한 온라인서점 플랫폼 ‘바로보네’ 홈페이지. 웅진그룹 제공

웅진북센이 바로보네를 론칭한 건 누구보다 지역서점의 위기를 체감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점 2000여 곳과 거래하며 시장점유율이 약 70%(2021년 기준)에 이르는 웅진북센은 동네책방의 몰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웅진북센 관계자는 “최근 지역서점들이 ‘우리도 온라인 사이트가 절실한데 매장 운영조차 버겁다’는 토로를 많이 했다”며 “지역서점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진다는 마음으로 바로보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전국 145개 중소형 서점이 참여한 바로보네는 수익 배분부터 남다르다. 현장에서 지역서점을 통해 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결제한 뒤 매장에서 책을 받으면 수익의 100%(결제수수료 및 적립금 제외)를 해당 서점이 갖는다. 집에서 배송받아도 50%는 서점에 돌아간다. 게다가 바로보네 홈페이지에서 가입한 회원이 책을 매장에서 수령해도 수익의 절반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점 입장에선 바로보네를 통해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지역서점들을 알리고 영업시간이나 연락처, 위치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바로보네 관계자는 “매달 입점한 서점 가운데 ‘이달의 서점’을 선정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며 “어떤 추가 투자도 없이 온라인서점을 무료로 운영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출범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바로보네 회원으로 현재 4660명이 가입했는데, 2375명(약 51%)이 지역서점을 통해 등록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바로보네는 매력적인 요소가 상당하다. 책 가격과 관계없이 무료로 배송해주는 데다, 지역서점이 보유하지 않은 책도 바로보네를 통해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에서 ‘평촌문고’를 운영하는 김경진 대표(61)는 “바로보네 얘기를 듣고 무조건 찬성했다. 서점으로선 온라인서점을 따로 내주는 것과 같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웅진북센은 대형 물류유통망도 가지고 있어 바로보네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열악한 지방·독립서점들이 더 반색…종합 서점문화 플랫폼으로
론칭 이전에 바로보네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시장조사 당시 몇몇 서점은 “대기업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고 한다. 바로보네 측은 “이정훈 대표가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실무자들과 함께 직접 서점을 돌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 오해를 풀어 나갔다”고 전했다.

오픈 직후부터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서점들과 소규모 독립서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 가입 현황을 보면 서울은 33곳이고, 나머지 지역이 112곳으로 훨씬 많다. 제주와 강원도 각각 4곳, 3곳에 이른다. 유형별로 보면 독립서점이 70곳으로 48.3%에 이른다. 바로보네 측은 “기획 초기엔 여건상 수도권 중대형 서점 위주로 진행을 계획했으나, 열악한 상황의 지방·독립서점들이 더 큰 성원을 보내줬다”고 귀띔했다.

시장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바로보네도 지역서점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케팅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서점 큐레이션 등 지역서점 커뮤니티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2024년까지 실시간 재고 연동 시스템도 구축하려 한다.

이정훈 대표는 “향후 3년 안에 고객이 주문 뒤 1시간 내에 서점 픽업이 가능하고 4시간 이내로 배송받는 서비스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바로보네가 지역서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다양한 소식도 제공하는 종합적인 서점문화 플랫폼으로 커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