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남국의 의혹 투성이 코인 투자 배틀 정치하다 쫓겨난 국민의힘 이준석 젊은 정치에 대한 기대, 실망으로 변해 정치에서 세대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송평인 논설위원
한국 현대사를 기전체로 서술한다면 암군(暗君) 문재인 시대에 대해서는 본기(本紀)에 덧붙이는 열전(列傳)에 조국전(傳), 추미애전과 함께 김남국전을 꼭 넣어야 할 듯하다.
김남국이라는 사람이 2020년 2월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21대 총선 전략공천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치에 열정을 가진 30대 젊은 변호사라는 게 이유였다. 그는 들어가기만 하면 열에 아홉은 변호사시험에 합격시켜 주던 로스쿨 1기 출신이다. 그가 전략공천되자 ‘무급으로 주차 안내, 시설 설치 같은 일로 시작해 10년을 버틴 청년 당원이 수두룩한데’라며 청년 당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는 광주 살레지오고교를 나와 중앙대를 졸업한 뒤 전남대 로스쿨을 다녀 세월호 피해 학교인 단원고가 있는 안산단원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나 그곳에 공천돼 거저 의원이 됐다.
그래도 변호사랍시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됐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를 방해하고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하며 막무가내로 굴었다. 지난해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교수 이모(李某)를 친척 이모(姨母)로 착각한 질문을 던졌다. 그의 특이함은 단순히 무례하고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해 쉽게 착오를 일으킨다는 점이 아니라 그러고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데 있다. 그런 그가 2019년 조국 사태 때는 매일 밤 조국을 위해 기도한 뒤 잠자리에 든다고 하고 의원이 된 뒤 한 토론회에서는 조국이 이슈가 되자 토론장을 나가 버리기도 했다. 대개 성인 남성은 마음이 쓰여도 무심한 척하는데, 그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여성처럼 간절한 사람으로 비치길 바라는 상반된 캐릭터도 갖고 있다.
코인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코인 보유가 공직자로서 신고해야 할 재산을 은닉하는 것이라면 다르다. 재산이 아니라 불법적인 자금이라서 은닉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돈 버는 게임(P2E)’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 코인 업체의 로비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있다.
이준석은 역시 암군인 박근혜 시대의 열전에 넣어야 할 사람이다. 박근혜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때인 2011년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를 나온 26세의 그를 비대위원으로 택했다. 그가 실제 의미 있는 사회 활동을 해보기도 전이다. 학력만 보고 뽑은 것이다. 그래서 그가 사회적 성취력이 크게 떨어지는 걸 알지 못했다.
이준석의 결정적 단점은 모든 것을 게임처럼 배틀(battle)로 여기는 것이다. 토론도 배틀, 정치도 배틀이다. 뭐든 자기가 이겨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게 아득바득해서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에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토론과 정치는 그런 게 아니다. 특히 토론에서는 서로에게 배우는 학습 과정(learning process)이 작동해야 한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틀릴 수도 있고 상대편의 주장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토론이 된다. 정치도 꺾어야 할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연대를 통해 지지 기반을 넓혀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는 싸움닭으로 일관했다. 전략적 투표에 의해 ‘어쩌다 당 대표’가 돼서는 제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방송에서 자기 당을 공격할 때 실패는 예정돼 있었다.
정치에서 세대론을 함부로 거론하지 말자. 미국에서는 81세의 바이든이 재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고령화사회에서야말로 한국도 김대중처럼 70대 후반에 대통령을 하는 정치인이 나와야 할 것이다. 86세대 정치인이 다 변질돼 가는 것 같지만 아직 전도양양한 사람이 많이 남아 있다. 반면 2030 정치인이라고 무조건 희망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세대에는 장점과 한계가 있다. 세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세대의 장점을 기꺼이 배우는 자세를 가질 때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