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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답변 중 오류 찾아라”… 중간고사에 AI 활용 나선 대학들

입력 | 2023-05-17 03:00:00

챗GPT 등 허용한 에세이 오픈북
인공지능이 대체 못할 사고력 측정
학생 “암기 줄고 작문에 집중, 신선”
여전히 활용 금지 대학도 적지 않아




《챗GPT가 바꾼 대학 중간고사

지난해 말 선보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대학가 중간고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일부 대학은 무조건 사용을 막는 대신에 챗GPT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고 능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시험 방식을 바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챗GPT 답변 중 중 틀린 내용을 지적하고 근거를 제시하시오.’

9일 서울대의 한 이공대 수업에서 출제된 중간고사 문제다. 앞서 진행된 강의에서 배운 생명과학 전공 지식에 대해 아는 대로 서술하는 대신 반드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하도록 했다. 또 챗GPT의 답변 중 틀린 내용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해당 문제를 출제한 교수는 “시험에 챗GPT를 활용한다는 공지를 사전에 안 해서 학생들이 많이 당황한 것 같더라”며 “챗GPT가 내놓은 답안을 검증하는 과정이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시험에 챗GPT 활용 나선 대학들

지난해 말 선보인 챗GPT가 대학가 중간고사 풍경을 바꾸고 있다. 상당수의 대학은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오히려 적극 활용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사고 능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대학 교육이 변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고려대 미디어학부에서도 챗GPT를 활용한 중간고사 시험이 진행됐다. 해당 강의에선 ‘가상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문자 시대는 사라지고 있는지 혹은 더 큰 힘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영문 에세이 작문 시험이 진행됐다. 전공책과 인터넷, 챗GPT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오픈북 시험 직후 진행한 익명 설문조사에서 학생 102명 중 90% 가까이가 “챗GPT를 활용해 에세이를 작성했다”고 답했다.

해당 과목 교수는 “챗GPT가 작성한 답변을 복사해 붙여 넣으면 바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신기술의 도움을 받는 대신 자신만의 생각에 기초해 글을 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수강생 100여 명이 듣는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수업에서도 챗GPT 등을 자유롭게 참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오픈북 중간고사가 진행됐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강의다 보니 AI와 딥러닝 등의 개념에 대해 객관식으로 묻는 문제와 AI의 구조 등을 이해하기 위한 미적분 풀이 주관식 문제가 출제됐다. 해당 과목 교수는 “챗GPT 활용을 허용하는 대신 단순히 문제를 AI에 입력해선 답을 구할 수 없도록 여러 공식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를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 학생들 “신선”, “당황” 반응
챗GPT 활용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고승현 씨(20)는 “에세이 작문 시험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개념이나 정의 등 단순 암기해야 할 내용이 줄어 오히려 작문 내용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 학생 A 씨는 “중간고사에서 챗GPT를 활용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수학 문제를 입력했는데 매번 답이 달라져 황당했다. 챗GPT의 한계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시험에서 챗GPT 활용을 금지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지난달 22일 연세대의 한 교양강의에서 진행한 온라인 중간고사에선 문제를 복사해 챗GPT에 붙여넣을 수 없도록 이미지 형태로 문제를 바꿔 출제했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의 B 교수도 “챗GPT를 사용할 수 없는 퀴즈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