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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 겪는 집주인에 보증금 반환용 대출 완화”

입력 | 2023-05-17 03:00:00

원희룡, 취임 1주년 간담회서 밝혀
전월세 미신고 과태료 1년 연기
임대차 3법 대대적 개편 추진
“부동산 경착륙 우려 일단 해소”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불가피하게 못 돌려주는 집주인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가가 직전 계약 때보다 떨어지는 역(逆)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이 대거 전세금을 떼이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전월세신고제 과태료 부과 시점을 1년 미루는 대신에 임대차3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세제도 보완 방안을 찾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다른 대출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해주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구체적인 요건은 금융당국이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일부 임대인은 DSR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종료 예정인 전월세신고제 계도 기간을 1년 연장하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원 장관은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문제가 엉켜 있고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며 “전월세 신고라는 단편적 행정에 행정력을 쏟는 것보다는 임대차 시장 전반적으로 큰 틀의 공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초 6월 1일부터 계도 기간이 끝나 신고제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계도 기간을 연장해 과태료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가 그간 우리 사회에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한다”며 “임대차3법을 포함해 ‘잘못된 판’을 본격적으로 수리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등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만큼 당장 급한 피해 구제 외에도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임대차3법 폐지까지 고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꼭 폐지라는 답만이 아니라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월세) 가격이나 기간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기간을 늘리거나 가격을 덜 올리면 집주인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 원리를 가미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 계약하거나 전월세 인상률을 낮춘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방식도 언급됐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3의 기관(신탁사나 보증기관 등)에 입금하면 이들 기관이 보증금 일부를 예치하고 나머지를 집주인에게 주는 방식이다. 원 장관은 전세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올해 7월 이후 본격적인 개선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경착륙 우려가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미분양의 경우 금융기관이나 건설사의 현금 흐름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3∼4년 안에 없다고 본다”며 “공급 기반이 급속히 위축되고 인허가나 착공, 분양을 미루면서 임기 후반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공급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내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질 것”이라며 “다음 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포럼에 참여해 한국의 지원 의사와 초기 단계 프로그램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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