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차질-환자 불편 우려 의사 등 의료연대는 파업 유보 전문가 “업무범위 조정 공론화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간호사 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의 국회 재의결을 요청하는 한편, ‘2023 총선 기획단’을 구성해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간호법 거부권 행사의 배경을 설명했음에도 보건의료계 직역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간협은 의사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의 업무 중단 등 단체행동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PA 업무 중단을 포함한 모든 집단 행동을 열어두고 17일부터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7일 예정된 총파업을 간호법 재의결 이후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 및 수술 시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간호 인력이다. 주로 의사가 부족한 수술실에서 절제, 봉합 등을 대신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이런 업무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PA 간호사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으로 인해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이들이 업무를 중단하면 당장 수술 지연 등 의료 현장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고스란히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PA 간호사의 수술 업무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정부가 마땅히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국가가 책임지고 개선하겠다”며 간호계 달래기에 나섰다.
한편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 범위 조정이 중립적인 공론의 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정부가 60년째 의료직역 간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며 “보건의료계 각 직역의 업무 범위를 정하는 과정이 지금처럼 정부가 알아서 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직역 전문가들과 국민들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