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괴물’ 정찬민 불타는 의욕 작년 데뷔 첫해에 장타왕 올라, 정확도 더 높이면 美서도 경쟁력 올해 가을 Q스쿨 재도전 계획 “차근차근 준비해 세계무대 진출, 한국 최초 마스터스 우승 꿈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정찬민이 드라이버를 어깨에 걸친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정찬민은 코리안투어 데뷔 시즌인 지난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17야드(약 290m)로 이 부문 1위를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키 188cm, 몸무게 120kg의 우람한 체구에 덥수룩한 수염. 7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정찬민(24·CJ)은 무협지에 나오는 장수(將帥)의 이미지였다. 카메라 앞에서 어깨에 걸친 드라이버는 삼국지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떠올리게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정찬민은 “수염을 자를 생각도 했는데 수염 때문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아 이제는 못 자르게 됐다”며 웃었다.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져 프로 첫 승을 실감하고 있다는 정찬민은 지난주 출전한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았다. 대회 주최 측이 그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임성재(25)와 1, 2라운드 같은 조에 편성했다.
정찬민은 “성재 형에게 PGA투어에 대해 물었더니 ‘모든 플레이를 다 잘하는 괴물들만 있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본 성재 형의 플레이도 딱 그랬다”고 말했다. 임성재도 “찬민이는 중학교 때부터 나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30야드 더 멀리 갔다. 정확도만 좀 더 다듬으면 미국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정찬민은 우리금융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5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7위를 했다. 정찬민은 18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한다.
정찬민에게 ‘코리안 헐크’ ‘코리안 몬스터’ 같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장타 능력과 관련이 있다. 정찬민은 “수염을 기르기 전엔 (남자 골프 대표 장타자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같다고 하더니 수염을 기르고 나니 욘 람(스페인) 같다더라”며 “기왕이면 세계 랭킹 1위인 람을 따라 ‘코리안 욘 람’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경오픈 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1012위에서 548위로 껑충 뛴 그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톱10에 들며 랭킹을 504위까지 끌어올렸다. 쇼트게임 운영 능력을 키운 것도 상승세의 동력이 됐다. 정찬민은 올해 2월 초까지 두 달간 베트남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하루 훈련량의 3분의 2를 쇼트게임으로 채웠다. 덕분에 100m 이내 샷,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가 안정됐다.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정찬민은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 2연패(2016, 2017년)로 기대를 모으고도 KPGA 스릭슨(2부)투어에선 3수 끝에 코리안투어에 입성했다. 정찬민은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는데 빨리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독이 됐던 것 같다”며 “원하던 첫 우승을 했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