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위해 당초 예정했던 해외 순방 일정 일부를 전격 취소했다.
이르면 내달 1일로 예상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시점인 ‘X-데이트’가 보름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협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문제가 정상외교 일정까지 영향을 미친 선례를 남긴 데다 이번 순방이 대(對)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인·태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19∼21일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뒤 22일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데 이어 24일엔 대중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 일부를 취소한 것은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공화당과의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부채한도 상향에 정부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공화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을 포함한 이번 순방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압박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카시 의장을 비롯해 의회 지도부와 부채한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2차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문제로 인해 정상 외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이를 수습하는 데에도 주력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아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해 호주 방문을 연기하겠다고 알렸다”며 “그는 호주 총리를 양국이 합의한 시기에 공식 국빈방문해 줄 것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팀은 방문 취소를 알리기 위해 파푸아뉴기니 측과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78차례 그랬던 것처럼 양당 의원들이 디폴트를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팀은 대통령의 책상에 도달할 예산 합의를 위해 의회 지도부와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린 내년에 호주, 쿼드, 파푸아뉴기니, 태평양 제도 포럼의 지도자들과 관여하는 다른 방안을 찾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