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분기 성장률도 플러스 전환
17일 일본 도쿄의 한 전광판에 이날 도쿄 증시의 닛케이종합지수가 3만 엔을 넘어섰다는 숫자가 보인다. 이 지수가 3만 엔을 돌파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도쿄=AP 뉴시스
막대한 돈을 푼 아베노믹스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을 듣던 일본 경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225개 종목으로 산출하는 닛케이평균주가가 1년 8개월 만에 3만 엔을 돌파했고 도쿄증시 1부 전 종목을 대상으로 한 TOPIX 지수는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1분기(1∼3월) 일본 경제성장률은 3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만 뒤처진 디지털화, 장기 지속되는 저출산 고령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장세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33년 만에 최고’ 日 증시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 부진과 경기 악화 우려에 시달리고, 한국은 올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1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일본은 다르다. SMBC닛코증권이 1308개 상장사 지난해 실적을 분석·예측한 결과 매출액은 14.2%, 영업이익은 4.2% 늘어났다.
● 日 경제성장률 ‘플러스’ 전환
개인 소비가 늘고 설비 및 공공분야 투자도 증가하면서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철폐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3.67%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것도 경기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시라이 사유리(白井さゆり) 게이오대 교수(경제학)는 “자동차, 가전 같은 내구재 소비가 강해졌고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에서도 소비가 증가했다. 디지털 및 탄소 중립 분야에서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경기 호전 원인을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진 않지만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9조2000억 엔)는 1년 전 절반에 그쳤다. 투자 이자 및 배당으로 소득수지는 흑자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구조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29조 엔(약 1경66조 원)인 국가부채도 짐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