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 서울시에 정비계획 제출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 호텔(힐튼호텔)이 기존보다 약 2배 높은 최고 38층(150m)짜리 오피스와 쇼핑몰, 호텔이 어우러진 빌딩으로 재개발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힐튼호텔이 근대건축유산으로 통했던 점을 감안해 호텔 상징이었던 1층 메인 로비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살려 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힐튼호텔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서울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는 건폐율 49.98%, 용적률 1107%, 150m 높이 2개 동(지하 10층, 지상 38층) 복합시설로 새로 짓는 계획이 담겼다. 71.35m, 23층 높이인 기존 힐튼호텔보다 2배 이상 높이 고밀 복합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힐튼호텔 자체가 산 중턱(약 30m 고도)에 위치해 개발안이 실현되면 실제 높이는 180m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맞은편 건물인 서울스퀘어 높이가 81.9m로 23층인 것에 견줘도 높다. 남산을 낀 신라호텔(최고 23층),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최고 21층) 등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건물이 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건물은 상업, 업무시설과 호텔 등 복합시설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1층은 쇼핑시설과 공용라운지, 지상 2∼29층에는 오피스, 30∼38층은 호텔이 들어선다. 개발계획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첨단기술을 도입해 전례 없는 형태의 오피스를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인근 서울로타워(옛 대우재단빌딩), 메트로타워 등을 사들이기 위한 매매 계약을 맺었다. 힐튼호텔뿐 아니라 주변 빌딩을 공중보행로인 서울로7017처럼 스카이워크로 연결해 대규모 오피스타운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밀 개발 계획이 가능해진 것은 올해 2월 서울시의 개발 가이드라인인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가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면 그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높이도 완화해 고밀 개발을 유도했다. 힐튼호텔의 대지면적 중 40% 이상이 녹지로 조성돼 개방형 녹지 인센티브가 구릉지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남산 일대 초고층 개발로 경관 훼손 우려도 나온다. 이창수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고밀 개발로 해당 건물이 자연 경관을 독식한다면 도시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가 날 것”이라며 “남산 특성을 고려한 개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