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국민 고통 돌아봐야”
김자현·사회부
“뺀질이 판사들이 관행을 악용하고 있다.”
이른바 ‘웰빙 판사’들이 늘면서 재판 지연과 질 하락 문제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본보 기획 시리즈 ‘법조일원화 10년, 흔들리는 사법부’ 기사가 나가자 한 고법 부장판사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판사들이 매달 판결문을 주 3건씩, 3주 동안 총 9건을 작성하고 마지막 한 주는 쉬어가는 이른바 ‘3·3·3 캡’에 대해 “매주 훨씬 많은 사건을 처리하던 2010년 전후 가급적 충실하게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또 “꼼꼼하게 보더라도 적어도 3건은 봐야 한다는 뜻인데, 지금은 3건만 보자는 식으로 잘못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올 2월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월급이 가압류된 A 씨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5월에 첫 변론기일이 잡혀 재판이 시작되나 싶었는데 ‘재판부 배당착오’가 있었다며 취소됐고, 재판이 언제 시작될지 감감무소식이다.
물론 사건이 복잡해지면서 검토해야 할 자료가 5년 사이 평균 40% 가까이 늘었는데 판사 증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영향도 있다.
하지만 판사에겐 처리해야 하는 사건 하나일지 몰라도 당사자들에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게 재판이다. 판사들은 외부 요인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직업윤리와 책임을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사법부 지도부는 이제라도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는 판사들이 격려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행정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김자현·사회부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