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빼돌린 직원 해고-수사의뢰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 여부 조사 “기밀 빼내는 수법 점점 고도화” 美, 애플카 기술 빼낸 中스파이 기소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 시도가 또다시 발생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국가 간, 기업 간 기술 탈취 시도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회사 중요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직원 A 씨를 해고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엔지니어인 A 씨는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일부 자료를 자신의 또 다른 외부 메일로 2차 발송한 뒤 보관하고 있다가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유출한 정보가 실제 해외나 경쟁사로 유출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는 “인사 징계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제에 나선 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며 중요 정보를 노린 탈취 시도가 부쩍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단순히 브로커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거나 기밀을 몰래 빼내는 수법을 넘어 자본을 앞세운 강제 인수합병(M&A) 등으로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도 16일(현지 시간) 애플 자율주행차 기술을 빼내 중국으로 도피한 전 애플 엔지니어 등 중국 기술 스파이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적의 엔지니어 왕웨이바오는 중국 기업에 채용되자 애플 퇴사 전 자율주행 기술 관련 기밀을 대거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리리밍은 미국 업체 두 곳에서 핵추진잠수함과 군용기 관련 기술이 담긴 파일 수천 개를 훔치다 체포됐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