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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와대 개방, 관저만 지연된 이유는…대통령기록물과 대통령의 물건들

입력 | 2023-05-18 03:00:00

청와대 개방 1년… 뒷얘기 공개
대통령실 “가전-가구 등 사라져
‘유리창 관람’으로 개방수위 조절”



뉴시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상징 격인 청와대 개방 1년이 지난 가운데 대통령실은 당초 시민들이 관저 내부로 직접 들어가 대통령 부부가 사용한 집기를 생생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저 내부에 침대, 세탁기 등 생활상을 보여줄 집기류가 남아 있지 않고, 내부 물품 목록 확인이 지연되자 대통령실은 유리창을 통해 관저 내부를 바라보는 선으로 개방 수위를 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5월 10일 새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청와대 관저를 확인한 결과 필수 생활가전과 집기 등 당초 청와대 개방을 앞두고 고려했던 물품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대통령기록관에 “관저 내부 가전집기와 가구들이 없는데 혹시 이미 대통령기록물로 넘어갔느냐”고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 넘어간 물품들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5월 10일 새벽 1시경 청와대 국민 개방 행사를 10시간 정도 남기고 청와대 관저에 들어갔다. 그런데 필수 생활가전, 가구인 냉장고, 세탁기, 침대 등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서재엔 책상도 없었고 침실, 드레스룸도 비어 있었다. 거실엔 너무 낡은 소파 하나와 TV 하나, 주방엔 식탁 테이블, 의자만 달랑 있었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청와대 관저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윤 대통령 취임일 0시부터였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라며 “관저 내부에 가구부터 자잘한 가전집기까지 없어서 황당한 마음에 혹시 대통령기록관으로 물건들이 이관됐는지 물어봤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전임 대통령 내외가 관저에서 쓰던 물건들을 그대로 국민에게 공개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해 본관 등을 먼저 개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저에는 국민들에게 보여드릴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휑한 공간만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만약 전임 대통령 내외가 쓰던 물건들이 남아있었다면 대통령의 생활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개방은 아쉽게 시작됐지만 이후에도 관계자들은 청와대 경내 창고들을 뒤지면서 사라진 가구와 집기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양산 사저로 3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청와대 영빈관 창고 등 여러 창고에서 옷장, 와인셀러, 티테이블 등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낡은 물건들이 일부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관저 물품 대장 목록’과 같은 문서도 발견됐지만, 업데이트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경내 창고를 확인했지만 출처와 행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에 따르면 관저 물품과 집기류가 전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된 기록물 및 물품과 선물 등은 이관돼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관저에 대통령기록물이 있었는지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쉽다”며 “사비로 구매했든 특활비로 구매했든 선물을 받았든 물품 관리 상황이 새 정부에 인수인계 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이 사비로 관저를 채웠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2017년 문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적 비품 구입은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며 “침대는 개인 신용카드로 샀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관저 물품에 대한 본보 질의에 대해 “저희가 확인해드릴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권 교체기 전현직 대통령 간 이관 물품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대통령기록물 관리 규정을 실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뿐만 아니라 청와대 관저의 경우 최소한 관저 물품 관리 대장은 작성해 물품 존재와 구매방식, 출처, 행방을 기록해야한다”라며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문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 같은 시선은 전·현 정부간의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