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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슈디 “007에 정치적 올바름 적용, 우스꽝스럽다”

입력 | 2023-05-18 03:00:00

인종차별 표현 삭제 개정판에 우려
“서방조차 ‘표현의 자유’ 위협 받아”




“‘정치적 올바름’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인도계 미국 작가 살만 루슈디(76·사진)가 최근 서구 문학계에 불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열풍을 비판했다. 영화 ‘007 시리즈’의 저작권을 소유했으며 원작자의 이름을 딴 영국 ‘이언 플레밍 출판사’가 지난달 인종차별적 표현을 삭제한 시리즈 전 작품의 개정판을 발간한 것을 두고 우려를 표한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출판자유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루슈디는 15일 미 뉴욕주 자택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같은 인물에게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를 적용한다는 생각이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대중소설에서조차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온한 부분을 삭제해야겠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놀랍다는 것이다. 루슈디는 “우리는 서방 주요국에서조차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기를 살고 있다”며 출판의 자유가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책이나 도서관에 ‘기이한 공격’이 빈번하다고 우려했다.

1947년 인도 카슈미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영국으로 이주해 작가로 활동했다. 1988년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거듭된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