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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이익 반토막… 금융위기 이후 최악

입력 | 2023-05-18 03:00:00

반도체부문 부진-한전 적자 여파
1분기 영업익 53%-순익 58% 감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1분기(1∼3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 이익이 50% 넘게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하지만 실적 반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622개 기업의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8조84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68%(25조6779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52.75% 감소한 25조1657억 원에 그쳤다. 다만 매출액은 697조3744억 원으로 5.69%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9.1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34%, 47.98% 줄었다.

622개사 중 적자기업이 전년 대비 19개사 늘어난 152개사로 전체의 24.4%에 달했다. 상장사 4곳 중 1곳은 ‘마이너스’ 상태란 얘기다.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가운데 기계(73.64% 증가), 비금속광물(25.98%), 운수장비(124.56%) 등 5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업종에서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다.

상장사들의 실적이 쪼그라든 데는 반도체 부진의 영향이 컸다. 올 1분기 코스피를 지탱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5.5%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한국전력이 수조 원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전의 1분기 영업적자는 6조1776억 원에 달했다.





전 세계 경기 부진… 기업들 2분기까지 실적 악화 전망


상장사 이익 반토막
수출 급증-환율 안정 기대 힘들어
“4분기부터 실적 회복될 가능성”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반도체 한파 등에 따른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국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 상장사들도 정보기술(IT)과 제조업 동반 부진 여파로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모두 악화됐다. 코스닥 상장사 1115곳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조4902억 원, 2조49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2%, 26.3% 감소했다. 매출액은 7.5% 증가한 67조6036억 원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 세계 경기 부진 여파로 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환율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는 등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대했던 ‘상저하고’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달러화 약세에도 1300원대를 웃도는 원-달러 환율, 대중국 무역적자를 비롯한 수출 부진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2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면서 “미국의 통화 정책, 물가 상승 등의 대외 변수와 대중 수출 흐름 등의 내부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반도체 업황도 계속 위축되고, 수출도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실적이 좋아질 리 없고, 오히려 1분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말 또는 내년 1분기쯤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바닥을 딛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심리 등의 영향으로 4분기 정도부터 기업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