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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령화로 세계 주요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나왔다. 저출산·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한국, 중국, 대만 등은 2050년경 최악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우려했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3대 신평사는 인구 구조 변화와 전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려 연금 및 의료보험 비용이 급증하는 등 국가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현재 투자부적격 등급인 국가의 비중이 세계 각국 중 약 3분의 1 이지만 상황을 방치하면 2060년경 절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들은 “전면적인 개혁이 없으면 재정 부담 증가와 차입 비용 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며 각국이 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18일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줄어 2050년에는 2022년 대비 28.4%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경련 제공)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에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비중이 1% 감소하면 GDP는 0.59% 줄어든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유엔 인구자료를 인용해 2050년 한국 인구가 약 4577만1000여 명으로, 지난해(약 5181만 6000여 명)보다 11.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50년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 4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34.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인구감소 속도가 총 인구 감소보다 약 3배 빠른 것이다.
이런 인구 변화에 따라 2050년 한국 GDP가 2022년 대비 28.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피부양인구(만 14세 이하와 65세 이상)가 1% 늘면 GDP는 0.17% 감소한다고도 추정했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 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인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 재정 부담 증가, 미래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 완화, 외국인 근로자 활용, 노동생산성 향상 등 다각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 고령층의 고용 효율성을 높이고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늘려주라고 촉구했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외에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역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독일 노동시장에 대한 부담이 이미 가시화됐다.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S&P는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도 부채 비용이 1%포인트 오를수록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60년경 40~60%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또 세계 각국의 GDP 대비 연금 비용은 매년 4.5%포인트씩, 의료비는 매년 2.7%포인트씩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대 신평사는 남유럽 재정위기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연금개혁 등을 실시한 그리스를 본받으라고도 조언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060년까지 노인 인구 관련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라고 진단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