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2나노급 D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기술인 12nm(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전보다 20% 향상된 생산 효율성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첨단공정 제품이 침체에 빠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가는 삼성
삼성전자의 12나노 공정은 5세대 기술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다. 대부분 경쟁사는 아직 4세대(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보다 앞서 5세대 공정을 선보인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 제품은 LPDDR5다. LPDDR5는 모바일용 D램으로 DDR5의 저전력(Low-Power) 버전이다. 삼성이 양산하는 DDR5는 서버와 PC용 D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나 PC에 적용되는 DDR5가 LPDDR5보다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훨씬 어렵다”며 “삼성은 EUV(극자외선) 기술을 적용해 더 미세한 공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5세대 공정에는 아직까지 최첨단 노광 기술인 EUV 장비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2나노 공정이 이전 4세대 대비 생산성이 20%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하나의 웨이퍼에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소비전력도 이전 제품보다 23%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소비 전력 개선으로 데이터센터 등을 운영하는 데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번 공정에서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용량을 늘렸다. D램은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로 1과 0을 구분해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커패시터 용량이 클수록 데이터 구분이 명확해져 오류가 줄어든다고 한다.
●시장 암흑기 탈출의 선봉장
D램 메모리 업황은 올해까지 크게 조정받은 뒤 내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44.1% 하락하겠지만, 내년과 2025년에는 각각 24.4%, 49.1%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D램 시장에서 42.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 SK하이닉스는 27.0%, 3위 마이크론은 25.9%였다.
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부사장)은 “대용량 처리가 요구되는 컴퓨팅 시장 수요에 맞춰 고성능, 고용량 제품을 확보하고 높은 생산성으로 적기에 상용화해 D램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