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은 죽었다. 현재와 같은 구성으로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유럽의 한 싱크탱크는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맹폭했다. “오늘날의 G7은 과거의 유물”이라며 더 대표성을 띤 새 멤버들의 가입을 촉구했다. 캐나다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 등을 놓고 회원국 간 갈등이 여과 없이 노출된 직후였다.
▷기존의 G7에 한국과 인도, 호주, 러시아를 참여시켜 G11으로 키우는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게 이때였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G7은 낡았다”며 새로 참여할 후보국으로 4개 나라를 콕 찍어 언급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한때 G8 멤버였다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으로 퇴출당한 러시아를 복귀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다른 회원국들의 공개 반대로 G7 확대 논의는 흐지부지됐지만, 한국의 가입 가능성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을 회원국으로 둔 비공식 국가 협의체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 클럽’으로 국제 경제 및 외교 규범을 논의하는 리더 그룹이라는 점에서 가입 시 그 상징성은 대단하다. 신흥 경제국들이 포함된 G20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듯 보이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G20는 몸집이 비대하다는 지적과 함께 회원국인 러시아, 중국과의 갈등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유엔마저 무력화한 상태에서 결국 서구 선진국들은 다시 G7 중심으로 뭉치는 분위기다.
▷한국은 19∼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옵서버 국가로 초청됐다. 한국 정상으로는 역대 네 번째 참석인 데다 한일 관계의 훈풍까지 더해져 G8로의 확대 기대감이 커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회원국 변화와 관련한 어떤 논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은 높은 국제사회의 문턱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보다 긴 호흡으로 준비 전략을 다시 다듬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단독 드리블보다는 다른 후보국들과 연대해 ‘G 멤버’ 가입의 문을 넓히는 식으로 전략을 다양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