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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마지막 의경으로 자랑스러웠다”… 의무경찰제, 역사의 뒤안길로

입력 | 2023-05-19 03:00:00

북구 북부서 기동2중대 모두 전역
40년간 이어져온 의경 완전 폐지
치안유지 인력 부족 우려 커지자
경찰청 “경찰관 기동대 인원 충분”



최영범 수경(오른쪽)이 17일 전역을 앞두고 12일 부산 북구 북부경찰서 기동2중대에서 진압복을 정리하고 있다. 1983년 시작된 의무경찰 제도가 17일 폐지됨에 따라 무궁화 꽃봉오리 하나짜리 계급장을 단 의경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저희는 어깨에 무궁화 꽃봉오리 하나짜리 계급장을 단 마지막 경찰관이었습니다.”

12일 부산 북구 북부경찰서 기동2중대 생활관에서 만난 최영범 수경(23)은 “의무경찰(의경)로 복무한 것은 평생 자부심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수경은 마지막 의경 기수인 1142기로 선발돼 1년 6개월간 활동하다가 207명의 동기와 17일 전역했다. 1142기의 전역으로 병역의무 기간 군 입대 대신 경찰의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 의무경찰 제도가 완전히 폐지됐다.

이날 찾은 기동2중대 건물은 텅 빈 듯 한적했다. 최 수경과 그의 동기생 3명만 남아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100명에 가까운 의경이 북적이던 공간이었다. 의경이 사용하다가 더는 쓸모 없게 된 슬리퍼와 옷걸이 등의 생활용품이 상자에 담겨 건물 현관에서 폐기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동2중대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 최 수경의 동기생 57명이 이곳에서 함께 지냈지만 대부분이 남은 휴가를 쓰기 위해 떠났다. 이들은 휴가가 끝나도 복귀하지 않아 사실상 먼저 전역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휴가를 모두 소진한 4명만 남아 의경부대 문을 닫기 위한 막바지 정리 작업을 벌였다. 최 수경은 “우리가 써왔던 진압복과 불봉(경찰봉) 등의 진압 장비를 다른 경찰서에 넘기기 위해 파손 정도를 점검해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수경은 장래 희망인 경찰관을 미리 체험하기 위해 의경 입대를 자원했다고 한다. 31.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지막 의경에 뽑힌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지난해 가을 부산 강서구 화물연대 파업 때 동료들과 늦은 밤까지 집회 관리에 나섰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복무 기간 내내 후배 기수 없이 생활해 더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전역 소감을 전했다.

경찰청은 2018년부터 매년 20%씩 의경 인원을 감축하는 등 의경제도 폐지 수순을 밟아왔다. 정부가 발표한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인력 증원방안’에 따른 조처였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의 의경 수는 2017년 1548명이었으나 매년 감소해 △2018년 1181명 △2019년 1025명 △2020년 648명 △2021년 300명 △지난해 94명까지 줄었다.

북부서 기동2중대는 의경제도 폐지 전 부산에 유일하게 남은 의경부대였다. 부산에 배치된 의경은 14곳의 일선 경찰서의 방범순찰대(방순대)와 부산경찰청의 112타격대 등에서 근무했는데, 의경 폐지 정책 발표 후 방순대는 하나씩 문을 닫았다. 폐쇄되는 의경부대에 남은 의경은 이곳 기동2중대와 기동1중대(강서구) 등에 전입됐다가 기동1중대마저 문을 닫으면서 기동2중대로 모두 모이게 된 것. 여기에다 지난해 6월 경남경찰청과 울산경찰청 등 전국 대부분의 지방경찰청 소속 의경부대가 폐쇄되면서 그곳에 있던 의경도 기동2중대로 옮겨왔다. 전국에서 의경제도 폐지 전까지 의경부대를 운영한 곳은 부산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등이다. 최 수경은 “선임들이 떠나 아쉬워질 만하면 전국 각지에서 동기들이 전입을 왔다. 지난달부터는 57명의 동기생으로만 이곳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1983년 1월 첫 기수를 받은 의경은 시민 삶터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집회와 시위에 대응하고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 △교통질서 유지 △지역축제 등의 혼잡 관리 등에 나서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다. 이런 의경이 사라짐에 따라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력 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집에서 출퇴근하는 직업 경찰관과 다르게 의경은 부대에서 숙식하며 상주해 돌발 상황 발생 때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며 “이런 의경의 역할을 경찰관이 대신 맡아야 하니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의경제도 폐지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경찰관으로 꾸려진 기동대를 단계별로 증설해 온 만큼 경비 경력 부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