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마지노선’ 돌파 우려 역대 최고기온 경신 가능성 98% 올해 ‘슈퍼 엘니뇨’… 폭염 대비를
이탈리아 북부 폭우로 9명 사망 17일 이탈리아 북부 카스텔볼로녜세에서 소방관과 군인들이 완전히 침수된 거리와 자동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이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최소 9명이 숨지고 약 1만 명이 대피했다. 곳곳의 제방이 무너지고 산사태까지 발생해 단수, 단전 등으로 주민들이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카스텔볼로녜세=AP 뉴시스
스페인, 싱가포르, 베트남 등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2027년까지 향후 5년 안에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흔히 ‘기후변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온도를 돌파하는 셈이어서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7일 보고서에서 “2023∼2027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가능성이 66%”라며 “같은 기간 지구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할 가능성 또한 98%”라고 진단했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공동 목표를 세웠다. 이 때문에 1.5도는 기후변화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겨져 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달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따뜻한 ‘엘니뇨’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건강, 식품 보안, 물 관리, 환경 등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에 대한 전 세계 차원의 공조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근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알제리 등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싱가포르와 베트남, 중국 산둥성과 윈난성, 미국 시애틀 등 세계 곳곳에서는 때 이른 폭염으로 기존 5월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에서는 확산된 산불이 유정과 송유관을 덮쳐 일부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했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는 최근 며칠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17일 기준 최소 9명이 숨지고 약 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이몰라에서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최고의 카레이스 대회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도 취소됐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