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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막힘 방치하면 오는 기막힌 일[이상곤의 실록한의학]〈135〉

입력 | 2023-05-19 03:00:00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명이나 어지럼증은 완치가 힘든 난치질환으로, 예방이 최선인 질환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도 “성인(聖人)은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병을 파악하여 예방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병의 전조증상을 잘 파악해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이나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전조 증상은 무엇일까. 귀막힘, 즉 귀가 꽉 막히는 증상이 바로 그것이다. 한의학에선 귀막힘이 심열(心熱)이 많은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본다. 조선 19대 왕 숙종의 외할아버지였던 청풍부원군 김우명은 ‘홍수(紅袖·궁녀의 붉은 옷소매)의 변’에서 “왕의 당숙 복창군과 복평군이 궁녀와 간음하여 자식을 낳았다”고 고발했다가 사실이 아닌 무고로 밝혀지자 자학을 하다 병을 얻어 몇 개월 만에 사망한다.

격정적인 성질의 그가 앓은 병이 바로 귀막힘이었다. 평소에도 얼굴은 뜨겁고 발은 찬 상열하한의 체질과 증상으로 힘들어했던 그는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늘 두근거리는 것 같다”고 왕에게 호소하면서 “귀가 막히고 눈이 캄캄해져 벼슬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평소에 뜨거운 물건을 잡으면 귀를 잡아 식히는 것처럼 귀는 원래 차가워야 정상인데 심화가 많은 사람들은 귀가 뜨거워지면서 귀막힘 증세를 보이게 된다. 김우명의 증상이 딱 그랬다.

훗날 병조판서에 오르는 조선 영조 때의 문신 이창수는 부응교로 있을 당시(영조 21년) 왕에게 귀막힘과 이명, 어지럼증 증상을 이유로 퇴직을 청했다. “평생 차가운 날씨를 두려워했는데 갑자기 감기에 걸린 후 귀가 막혀 답답했고 우측 귀에서 갑자기 쟁쟁거리는 벌레 소리가 쉼 없이 들렸다. 바람 소리가 나더니 귀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반쪽 얼굴이 붓더니 머리가 어지럽고 구름 낀 듯 답답했다.” 감기 후 걸리는 이관폐색증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증상이 심해져 이관이 제대로 개폐되지 않으면 자기 음성이 강하게 울리기도 하고, 귀가 멍한 증상이 있을 수도 있으며 내 호흡 소리가 들리거나 내 목소리의 강도를 구별하기 어렵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도 한다. 귀막힘은 상인두염이나 후비루 등 비염과 동반해서도 오지만 장기간의 스트레스, 과다한 운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 다이어트, 피임약에 든 여성호르몬의 영향도 상당하다. 물론 메니에르병이나 돌발성 난청의 증상에서도 나타난다.

이것은 단순한 이관이라는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보내는 메시지라는 점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동의보감도 귀막힘에 대해 “오장(五臟)의 기(氣)가 궐역(厥逆)하면 귀가 꽉 막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정의했다. 그래서 귀막힘 증상을 예방하고 싶다면 평소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과로에 주의하고 목 주변의 근육을 따뜻하게 찜질해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는 목 주변 마사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①페트병(280∼300mL)에 50도 전후의 물을 부어 뚜껑을 닫는다. ②페트병을 후두부의 발제(髮際) 부위에 맞춘다. 3초에 걸쳐 천천히 누르고 3초간 유지하고 5초에 걸쳐 서서히 힘을 뺀다. ③페트병을 오른쪽 귀 뒤로 이동하여 똑같이 자극한다. 왼쪽 귀 뒤로 이동하여 같은 방식으로 자극한다. ②, ③을 3분간 반복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