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팰리스’ 31일 개봉 남편 목숨값으로 산 미분양아파트 할인분양에 입주민 이전투구
영화 ‘드림팰리스’에서 혜정(김선영)이 죽은 남편이 일하던 회사 앞에서 함께 농성했던 유가족들을 바라보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남편이 회사 공장에서 불에 타 숨졌다. 하루아침에 혜정(김선영)의 세상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어졌다. 남편이 어떻게 죽었는지, 회사 잘못은 없는지 알고 싶지만 회사는 폐쇄회로(CC)TV를 보여주지 않고 합의를 종용한다. 열흘, 한 달, 1년…. 함께 죽은 직원들의 유가족과 천막 농성을 하지만 회사는 꿈쩍 않는다. 무엇보다 더 아프게 꽂히는 것은 함께 농성하는 하청 업체 직원 유가족들의 원망 섞인 눈빛이다. “원청 소속 상급자였던 당신 남편이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해 내 아이가 죽은 것 아니냐”며.
더 버틸 수 없었던 혜정은 회사로부터 남편의 목숨값을 받아 든다. 그 돈으로 ‘드림팰리스’ 아파트를 산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녹물이 나오고 줄줄이 미분양되면서 혜정의 세상은 또 한 번 뒤집어진다. 혜정은 분양이 다 돼야 녹물 수리를 해준다는 건설사의 주장에 직접 분양 전단을 붙이고 다니고, 혜정과 같은 처지에서 함께 농성하던 수인(이윤지)은 건설사의 파격 할인 분양가로 집을 계약한다. 이를 알게 된 입주민들은 “집값을 똥값으로 만들려 하느냐”며 수인의 입주를 막아서고, 혜정이 할인 분양에 연루됐다고 의심하며 몰아세운다. 고통스러울 만큼 현실적인 영화 ‘드림팰리스’가 31일 개봉한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인 역의 배우 이윤지는 ‘드림팰리스’가 “입장 차이에 대한 영화”라고 했다. 영화는 같이 농성하면서도 원청 하청 소속에 따라 다른, 같은 입주민이면서도 분양 금액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입장 차이를 베일 듯 날카롭게 맞세운다. 가성문 감독은 “사회적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피해자들끼리 싸운다. 아파트가 할인 분양을 하는데 입주민이 힘을 합쳐 싸우는 게 아니라 입주민끼리 싸운다. 서로 동떨어진 일이지만 같은 양상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서로를 탓하고 싸우지만 ‘빌런은 따로 있다’는 게 영화의 주제”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