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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위눌림…브레이너제이 “행복한 꿈 꾸는 법 있죠” [서울헬스쇼]

입력 | 2023-05-19 15:00:00

자다가 어금니 꽉무는 습관…이유 있었네
“자고나면 더 피곤한 당신…‘이불킥’ 하지 마세요”
불면증 환자들, ‘브레이너제이’ 유튜브에 몰리는 이유




SBS일요특선다큐 방송 촬영 현장. 취침 전 브레이너 제이가 진행하는 수면 루틴을 시연하는 모습.


흔히 쓰는 말 중에 ‘이불킥 한다’는 말이 있다. 하루 일과 중 후회되는 일이 잠자리에 누웠을 때 떠올라 이불에 대고 화풀이하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는 수면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간의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잠이다. 잠을 못 자서 업무, 시험, 운동경기, 대인관계 등을 망친 경험들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실수의 뇌의식이 잠자리까지 이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잠은 건강 유지는 물론 모든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67만 파워 유튜버인 ‘브레이너 제이’는 순전히 숙면과 마음건강을 돕는 콘텐츠만으로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그만큼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채널에는 잠에 관한 천차만별의 사례와 이를 개선하는 방법들이 올라와 있다.

“잠이 안와요” “악몽을 자주꿔요” “자려고 하면 우울감이 몰려와요” “이갈이 해요” “어금니를 꽉물어서 치아와 턱관절이 아파요” “코골이·수면 무호흡으로 자고나면 더 피곤해요” “새벽에 자주 깨요” “낮밤이 뒤바뀌었어요”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어요” 등 잠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이 이 채널에 몰려든다.

처음엔 짧게 자고 수면 효과를 높이려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구독자가 늘기 시작해 현재는 연예인 등 유명인들까지 애청하는 인기 채널이 됐다. 대표적인 예로 2019년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임수향 씨가 잠자리에 들 때 뭔가를 틀어놓고 자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당시 그는 “저걸 틀고 있으면 잠이 온다. 불면증이 다 치료됐다”고 말해 궁금증을 증폭시킨 바 있다. 채널A 신랑수업에서 시아준수도 이 콘텐츠를 틀고 자는 모습이 방영됐고, 다비치 강민경도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했다.

국내 생소한 ‘수면 코치’…유럽선 전문 직업

하버드의대 및 메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심신의학 교육과정(HMS Mind-Body Medicine)에 참여한 브레이너 제이



브레이너 제이는 유튜버이기도 하지만 정식 직업 명칭은 ‘수면 코치’다. 본명은 유재성이다. 현재 에스옴니(S-OMNI)라는 수면과 마음건강 서비스 연구개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잠(SOMNI) 속에 ‘삶의 모든 요인(OMNI)’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지난 16일 서울 모처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 그를 만났다.

유 씨가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된 출발점은 본인의 ‘가위눌림’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잦은 가위눌림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그는 생로병사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연구하다가 ‘수면 코치’라는 생소한 직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면 코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공인된 자격이수 과정이 있을 만큼 전문적인 직업이다. 영국에서는 주로 유명 축구클럽에서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면 전담 코치를 등용한다. 축구선수 호날두는 개인 전담 수면 코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직원들의 연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면 코치의 도움을 받는다.

유 씨도 미국 수면코치협회에서 자격을 이수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인 대상 국제공인 수면코치로는 국내 최초다. 하버드의대 심신의학 코스(HMS Mind-Body Medicine)를 수료했으며, 현재 하버드의대 부속 코칭연구소의 펠로우 멤버로 세계적인 코치들과 교류하고 있다. 대학병원이나 기업과 함께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의 이완요법 프로그램 등을 직접 설계 자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옥스포드대학 협력체인 옥스포드마음챙김재단(Oxford Mindfulness Foundation)과 업무 협약을 맺어 세계 최초로 마음챙김기반 불면증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밤 비행기 소음’에 잠이 오는 이유

유튜브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여행’ 인기영상



수면 코칭은 단순 ‘뇌피셜’로 하는게 아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수면 장애와 생활 리듬을 파악하고, 개개인에 맞는 해결책을 뇌과학적, 심리학적, 임상적 근거에 기반해 연구한다. 예를 들면 브레이너제이의 채널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상은 ‘주파수’를 이용한 수면 유도 영상인데, 90분 주기로 수면 단계를 예측해 뇌파를 동조화 하는 방법이다.

인기 영상 중에는 ‘밤비행기 1등석 소음’ ‘시골집 빗소리’ ‘대나무숲 소리’ ‘시냇물 소리’ ‘파도 소리’ 등 다양한 백색 소음(White noise)이 있는데, 이 역시 실제 그대로의 소음이 아니고, 논문 등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잠들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어릴적 고향집 마룻바닥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꿀잠을 잔 기억이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빗소리가 수면을 방해하는 공포의 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으로 사운드를 만든다.

심리적 변화를 유도해 불면증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유 씨의 도움을 받아 불면증을 극복한 20대의 경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잠자리에 누워도 심리적 불안감으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분 에게는 수면 문제를 만드는 기저 요인을 찾던 중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코칭 해줬고, 1년후 불면증이 사라졌다는 감사인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낮 동안의 ‘강박 회로’ 잘 때 무의식 중 작동

슬립브럭시즘(Sleep Bruxism)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브레이너 제이



머리만 바닥에 대면 잠든다고 해서 수면의 질이 좋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길게 자도 피곤한 사람이 있는 반면 짧게 자도 꿀잠을 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흔한 불면증 이외에 대표적인 수면 장애 중 하나로 ‘사건수면(Parasomnia)’이라는 것이 있는데, 잘 때 이를 갈거나 어금니를 꽉 무는 행동(Sleep Bruxism), 잠을 자다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거나 갑자기 한밤 중 일어나 음식을 섭취하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이에 대해 유 씨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 뇌 속 기저핵이라 불리는 영역에서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행동을 유발하는데, 이 도파민은 인간의 욕구나 충동, 리비도(Libido)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다시 말해, 낮 동안 해소되지 못한 욕구 행동이나 감정들이 일정 부분 축적된 상태에서 잠에 들었을 때, 도파민 관련 작용에 의한 악몽과 무의식적 행동 등으로 표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라우마 같은 감정적으로 해소되지 못한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악몽이나 가위눌림, 수면 중 갑작스런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깨어나는 수면장애가 빈번하게 발견된다. 또 꿈을 꾸는 내용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렘수면행동장애도 이 같은 도파민 작용과 관련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을 하던 중 잠에서 깨어나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하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 같은 수면관련 섭식장애(SRED)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 씨는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생활 중 얼마나 크고 반복된 욕구와 감정이 억눌려 있는지에 따라서 잠을 자는 도중 자신도 모르게 특정 행동이 발생되는 것일 수 있다. 사회적 규범들을 지키기 위해, 깨어 있는 중에는 도파민에 의한 충동 행동들이 대부분 대뇌에 의해 억제되어 억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낮 동안 벌어진 사건이 밤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 크기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 아주 사소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너무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는데, 다이어트 때문에 억지로 참으며 욕구가 억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밤 중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꿈을 꾸거나 심한 경우 실제 행동으로 시늉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는 낮 동안 직장 상사로부터 받은 잔소리로 인해 분노의 감정이 쌓이게 되었는데, 잠을 자는 도중에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거나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갑자기 깨어나기도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유 씨는 “인간의 의식은 우리가 인식하는 수준보다 더 깊고 방대한 것 같다. 무의식 깊은 곳까지 들어가 내재화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의 욕구와 정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잠을 자기 직전, 매일 하루의 끝에서 20-30분 정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비워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적극 추천한다”고 권했다.

유 씨는 자기 전 잠깐 동안이라도 행복한 상상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면 행복한 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잠자리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권장되진 않지만, 설령 하게 되더라도 뇌를 각성시키는 게임이나 SNS, 자극적인 영상물 시청 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보다가 자라고 조언했다. 잠들기 직전의 뇌활동이 잠 드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씨는 회사 직원들에게도 점심 이후 햇빛을 째며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을 30분 주고 있다. 또 퇴근이 가까울 무렵 마음을 안정시키는 시간을 갖게 하는데, 스트레스로 작용할 만한 활동은 일체 멈추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약 20분간 갖는 것이다. ‘수면과 마음건강을 연구한다’는 기업의 정체성처럼, 직원들의 수면과 마음건강을 돕기 위해서이다.

오프라인 수요 높아…2023서울헬스쇼서 선보일 계획

6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22 서울헬스쇼-도심 속 열린 건강축제’가 열린다.



유 씨는 지금까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활동만 해왔다. 유튜브 방송으로 상담을 해주거나 비대면 그룹을 만들어 ‘코로나 수면장애’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끝난 데다가 수요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는 오프라인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외국처럼 기업별, 직업별 전담 수면 코칭 활동을 설계 중이다.

내달 열리는 도심 속 건강축제 ‘2023 서울헬스쇼’에도 참여한다. 오는 6월 13~15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는 서울헬스쇼는 건강 관련 국내외 주요 기업과 의료·공공기관이 최첨단 헬스 케어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자리다. 유 씨는 숙면여행 체험존을 마련한다. 행사 참가 기업 중 수면과 마음건강에 특화해서 운영하는 곳은 유 씨의 에스옴니가 유일하다. 유 씨는 현장에서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의 슬립루틴 앱을 활용해 1:1로 코칭을 진행하고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전문의들과 함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상담 세션을 운영한다. 수면다원검사 체험권을 비롯해 다양한 수면 상품과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 헬스쇼에는 이외에도 △직장인 단체 줄넘기 △강철부대 크로스핏 △비보이 퍼포먼스 경연대회 △닥터헬기 소생 클래스 △인바디 측정 △골프 장타 대회, △팔씨름, 암벽 등반 △스트릿 사커 △K-POP 커버댄스 △줌바라인댄스 페스티벌 △PGA 선수 초청 골프레슨 등의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