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강백호. 뉴스1 DB
지난달 1일 시즌 개막전에서 활약한 뒤 만난 강백호(24·KT 위즈)는 한결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반드시 털어내겠다는 각오였다.
그는 “프로생활 6년을 하는 동안 많이 배우고 있다. 이제 연차가 막내급이 아니기 때문에 모범적인 모습, 성실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했다. 경기장에도 2시간 일찍 출근해 먼저 운동을 시작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실망스러운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리머니를 하다 주루사를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지탄을 받은 지 두 달이 지난 무렵에 나온 ‘아리랑 송구’였다.
타석에선 좋은 결과를 냈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그는 3-2로 앞서던 5회말 1사 1루에서 김현수의 안타 타구를 잡았다. 한 차례 멈칫한 강백호는 공을 내야 쪽으로 던졌는데, 문제는 공을 높게 띄워 느리게 보냈다는 것이다.
3루까지 향했던 LG 박해민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홈까지 파고들면서 3-3 동점이 됐다.
이후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에이스 고영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며 연거푸 안타를 맞아 추가 5실점, 스코어는 3-8이 됐다.
사실상 강백호의 수비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셈이었다. 더군다나 올 시즌 가장 늦게 10승(2무24패) 고지를 밟는 등 주전들의 줄부상에 최하위로 쳐져있는 KT의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였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패배였다.
2023 WBC 호주전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다 아웃됐던 강백호. 뉴스1 DB
하지만 빼어난 실력과 별개로 늘상 좋지 않은 구설에 시달렸다. 대부분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팀의 패배가 유력해진 경기 후반 껌을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 때만 해도 강백호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3월 WBC에선 호주전에서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 루상에서 발이 떨어져 주루사를 당하는 황당한 플레이로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고, 한국이 7-8로 패하면서 강백호의 본헤드 플레이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본인 스스로도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고 직접 외야 전향을 요청하기도 했다. 1루수나 지명타자에 머물기 보다는 외야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좀 더 높이고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2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엔 ‘아리랑 송구’로 또 한 번 논란을 빚었다. 이미 앞선 두 차례 때의 그것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태도 논란’이기에 그를 바라보는 팬들과 구단은 한숨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라는 항변조차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WBC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던 강백호. 그는 달라질 수 있을까.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