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불볕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느닷없는 홍수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곳곳이 체감온도 50도를 기록하며 전 세계가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여름 바닷물을 뜨겁게 하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학자들은 지구 환경에 대해 비관적인 분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마지노선’까지 1.5도 남았는데…이미 ‘재난’ 수준 폭염·홍수·가뭄 잇따라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갈 가능성이 66%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WMO는 2020년부터 지구가 이 1.5도를 넘는 상황이 언제쯤 도래할지 추정해 왔다. 2020년에는 20%로, 지난해에는 50%로 추정했으나 올해는 66%라는 역대급 상승치를 기록했다.
아직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가 오지 않았음에도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가 포착되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은 지난 4월이 역사적으로 가장 뜨겁고 건조한 달이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40도), 인도(44도), 라오스(42.9도), 태국(45.4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최고 기록이 매일같이 경신됐다. 사상 최고치를 연신 경신한 최고 기록으로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미국에선 북서부 시애틀 인근에서 갑작스레 평년보다 6도 높은 폭염주의보가 예보됐고, 캐나다에서도 산불이 다수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심한 가뭄 이후로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발생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는 36시간 동안 평균 200㎜~500㎜가 넘는 폭우로 마을이 여럿 침수돼 1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9명의 사망자도 보고됐으나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이탈리아 당국은 설명했다.
남미에서는 가뭄 피해가 심각하다. 15일 우루과이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수도권 식수에 염화 현상이 일어났다.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1년 간 내렸어야 할 비보다 60% 적은 강수량으로 인한 가뭄”이라며 “식수 위기가 현실화 된 만큼 노약자들에게 생수 구매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정부는 학생 대상 식수 제한·식수 수입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가 ‘재난’ 수준에 이르러 이미 많은 피해가 보고된 가운데 미국 다트머스대는 사이언스저널에 “엘니뇨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전 세계적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엘니뇨로 인한 기온 상승 등으로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에 84조달러(약 11경151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예상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가 평균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1960년부터 2019년까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엘니뇨와의 상관여부를 분석해 약 56%의 국가가 엘니뇨 발생 후 5년 간 상당한 경제적 침체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큰 엘니뇨로 평가되는 1982~1983년과 1997~1998이후 각각 4조1천억달러(약 5442조7500억원)와 5조7천억달러(약 7563조9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시기 대규모 금융 위기를 제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GDP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제1저자인 다트머스대 크리스 칼라한은 “미국에서도 두 차례의 큰 엘니뇨 이후 소득 성장에서 3%의 손실을 경험했다”며 “페루, 인도네시아, 에콰도르 같은 곳에서는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많은 손실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