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한 의료 사이트(WebMD)에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몰리 세이델(29·미국)이 어떻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극복하고 있는지를 조명했다.
몰리 세이델이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3위로 골인하며 포효하고 있다. 세이델 인스타그램.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어느 순간 마라톤 완주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제가 타고난 마라톤 선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닙니다. 전 매일 어떻게 운동할지 고민하고 훈련하고 있어요. 제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몰리 세이델이 도쿄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받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세이델은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했다. 세이델 인스타그램.
세이델은 지금은 은퇴한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8)를 연상케 했다. 펠프스도 ADHD를 극복하고 4개 올림픽(2004년 아테네~2016년 리우)에서 금메달 23개 등 총 28개의 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2016 리우올림픽 때 여자체조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시몬 바일스(26·미국)도 ADHD를 극복했다. 어렸을 때 ADHD로 진단받은 펠프스와 바일스는 수영과 체조로 ADHD를 극복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세이델은 대학 때 판정받았지만 줄기차게 노력해 올림피언이 됐다. 세이델과 마찬가지로 바일스는 약물도 병행했지만 펠프스는 운동으로만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이델 사례를 계기로 ADHD와 운동과의 관계를 알아봤다.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2016 리우올림픽 수영 남자 접영 200m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펠프스도 ADHD를 수영으로 극복했다. AP 뉴시스.
운동을 하면 뇌신경전달 물질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되고 활성화된다. 이런 결과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존 레이트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2007년 무렵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쓰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책은 운동하면 뇌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2016 리우올림픽 체조 여자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올 3월 영국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는 ‘고강도 운동이 성인들의 정신 건강을 크게 개선시킨다(High-Intensity Exercise Greatly Improves Mental Health in Adults’)란 논문을 게재했다. ADHD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정보를 주는 ‘ADDITUDE’에서 메타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짧은 시간 격렬한 운동은 가벼운 우울증이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됐다. 장기간 고강도 운동은 ADHD가 동반하는 우울증과 불안을 개선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건강하거나, 정신장애가 있거나, 병이 있는 성인들을 연구한 97개의 논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나왔다. 무산소 운동인 근육운동, 무산소와 유산소 혼합 운동, 스트레칭, 요가 등 모든 형태의 운동이 정신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DDITUDE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ADHD 질환을 앓고 있는 1563명 중 절반 이상이 ‘운동을 했을 경우 ADHD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몰리 세이델(가운데)이 도쿄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아프리카 선수들하고 경쟁하고 있다. 세이델 인스타그램.
세이델은 주당 200km를 넘게 달린다. 그는 “뇌가 잘 돌아갈 땐 훈련 중 코스 이탈도 하지 않는다. 42.195km풀코스도 잘 달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뇌가 짜증이 날 땐 집중할 수 없고, 컨디션도 엉망이 된다. 그럼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고 했다. 세이델은 “어떤 측면에선 내 뇌가 내가 해야 할 스포츠(마라톤)에 최적화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이라도 운동에 등한시하면 뇌가 통제 불능이 된다”고 했다. 세이델이 모든 신경을 마라톤과 훈련에 두고 있는 이유다.
송홍선 박사.
세이델은 ADHD를 통제하기 위해 의사의 조언 등 다양한 옵션을 찾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 그는 ADHD 관련 의학 논문을 읽으면서 자신의 증상과 비교해 연구하고 있다.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이델은 약물보다는 대화 요법, 명상, 호흡 등 조합시켜 뇌를 컨트롤하고 있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도 가급적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후원사와의 관계 때문에 인스타그램 등을 하긴 하지만 SNS가 내 뇌에 가장 해롭기 때문이다”고 했다.
몰리 세이델이 2022년 열린 제126회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고관절 부상으로 중도에 기권했지만 세이델은 마라톤이 있어 ADHD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이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