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2만2000명 광화문서 시위 “간호법 반대한 정치인 낙선 운동” 준법투쟁 사흘째, 의료공백은 없어 정부 “단체행동으로 진료 지장 안돼”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간협은 “간호법의 진실은 감춰지고 거짓에 기반해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사흘 만인 19일 간호계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낙선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호계의 대규모 단체행동으로 환자 진료에 지장이 초래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 간협 “간호법 반대 정치인, 총선서 심판”
이날 오후 간협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과 대한문 일대에서 ‘간호법 제정 거부권 행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총선기획단 출범 선언문’을 발표했다. 간협은 “국민의힘과 복지부가 간호법 반대 단체의 허위 주장을 근거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다”며 “진실은 감춰지고 거짓에 기반해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간협은 “입법 독주라는 가짜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주도한 자들이 다시는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도록 심판할 것”이라며 “간호인들은 모두 내년 총선 투표에 참여하고 1인 1정당 가입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 명, 경찰 추산 2만2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간호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간호법을 제정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발언대에 선 간호사들은 “언제까지 헌신이라는 단어로 희생해야 하나”, “존재하지도 않는 간호사 단독 개원 가능성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 환자들이 간호법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휴일(오프) 간호사, 간호대 재학생들이라 의료 공백은 없었다. 서울의 A종합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업무 특성상 교대근무 일정이 미리 짜여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차를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의료 공백은 없어… 정부, 긴급점검회의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의 지위와 업무를 따로 떼어내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법으로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16일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 의석수를 고려할 때 재의결은 어려워 보인다.
간호계가 총선을 겨냥한 ‘정치 개입’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간호사는 개원 의사들과는 달리 대부분 피고용인이기 때문에 집회 참석이나 단체 행동이 쉽지 않다. 또 환자를 외면하고 단체 행동을 강행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그래서 ‘표심(票心)’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간호사는 50만 명, 간호대 재학생은 12만 명으로 추산된다.
간협은 17일부터 대리 수술 등을 거부하고 의사의 불법적인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는 ‘준법 투쟁’도 사흘째 이어갔지만 아직 의료 공백은 없는 상황이다. 19일 서울 B종합병원 관계자는 “수술 지연 등 차질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호사의 집단 행동이 의료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오전 조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며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